구름과 노을의 안식처


좋은 에로게 작품이란 무엇인가. 1부 - 에로게, 지금까지의 초상 에로게 칼럼


 ** 2부 중 1부인 이번 글은 에로게 흐름의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2부에서 언급할 '좋은 에로게'가 무엇인지 살펴보기 전 무척 중요한 흐름이라 판단하여 부족하나마 적었습니다. 제 개인적이며 지극히 편협한 지식을 통해 구성된 내용이기에 다소 어긋난 부분이나 틀린 부분이 많더라도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은 에로게 작품이란 무엇인가"
 1부 - 에로게, 지금까지의 초상




 지금보다는 많이 에로게의 인지도가 낮았고 '오타쿠'라는 용어도 널리 사용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기껏해야 동인지나 몇몇 성인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은밀한 욕구의 배출이 이루어졌습니다. 더불어 촉수니, 능욕이니, 윤간이니 등등 AV에서조차 구현해내기 어려운 욕망들을 사람의 손을 통하면 무엇이든지 만들어낼 수 있었기에 은밀하게 숨겨진 내면의 욕망을 표현하고 배출하는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에로게가 등장하면서부터 '글(이야기)' + '시청각적인 캐릭터' + '게임적 요소(시뮬레이션 요소)'라는 나름 획기적인 조합이 가능하게 되면서(물론 여기에 +'에로'요소가 들어갑니다만, 에로게의 경우 '에로'는 기본 사항이므로 여기선 에로를 제외한 나머지 3요소만을 다룹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다 하지 못한 좀 더 다양한 스펙트럼의 욕구가 에로게 작품들을 통해서 표현되며 배출되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이야기나 캐릭터들의 매력보다는 유저들의 대리만족을 위한 시뮬레이션 요소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었는데요. 초창기 에로게들은 지금에 비해서 훨씬 더 주인공의 개성이 적고, 심지어는 이름이 없는 경우도 있었으며(유저의 이름 기입) 독백과 같은 요소도 무척 적었습니다. 게다가 플레이어가 직접 이야기에 관여하는 비중도 높았지요. 결국 유저=게임 속 주인공의 일체화가 되어 다양한 욕구를 대리만족으로 충족시킬 수가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이와 같은 요소를 중시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일루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lf 社의 대표작(?) 귀작. 그의 표정은 다들 한 번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여러 게임성이 가미된 초창기 에로게의 대표작품]

 하지만 에로게가 점차 음지에서 양지로 많이 모습을 드러내고, '오타쿠'라는 용어와 이미지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 들어와서 초창기와는 많이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단적으로 몇 몇 아예 목적이 뚜렷한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주인공=플레이어가 성립하지 않게 됩니다. 이젠 주인공은 엄연히 이야기 속의 주된 인물이며 강하고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가 된 것이죠. 주인공에게 남성 보이스를 넣는 작품도 속속 나오기 시작했고 눈코입을 그리시 시작했으며 아예 CG에서 히로인들과 함께 등장하는 경우도 잦아졌습니다.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바로 이러한 작품들이 많아 지면서 과거와는 다른 많은 실험적인 작품들이 등장하고 다양한 이야기 구조와 설정을 지닌 작품들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지요. '이야기' 요소의 양적인, 질적인 부흥기라고 할까요. 현재까지도 개성이 뚜렷한 작품을 만드는 브랜드 중 대표적으로는 'light, propeller, key' 등이 있습니다. 

[지난 8월 23일에 발매한 propeller 社의 '15세 이용가' 작품, '소원의 파편과 백은의 계약자(願いの欠片と白銀の契約者) 과거 성인용의 작품을 만들었던 모습과는 달리 가장 중요(?)한 에로를 제외함으로써 오직 작품성과 완성도로 승부하는 작품이다]


 허나 2010년도를 전후로 하여 에로게 산업이 많이 축소되고 도산하는 기업들도 많아지며 많은 회사 및 스탭들이 통폐합되어 현재로선 10주년 이상을 무사히 넘긴 몇 몇 에로게 회사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없어지거나 다시 재편되어 무늬만 신생 브랜드화되었고 초창기 주축 스태프들은 많이 빠져나가게 되었습니다. 각각 회사를 대표하던 시나리오 라이터, 원화가들은 프리랜서나 빛의 세계(애니메, 라노벨) 쪽으로 돌아서게 되어 '전속 원화가, 전속 시나리오 라이터'라는 용어는 이제 사어(死語)가 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작품의 스펙트럼도 2000년도 초반과 비교하면 많이 '정형화'되었고 이야기의 설정이나 구조도 양적인 다양성의 한계에 부딪치게 되었지요. 몇 몇 유명 원화가나 거대 브랜드의 작품들만이 주목받는 경우가 잦아졌고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던' 과거의 모습과는 달리 '유저들이 원하는 작품'이라는 명목으로 '에로게=미소녀들과의 엣찌'라는 등식의 겉은 번지르르하나 속은 텅 비었거나 가벼운 '소프트, 라이트'한 작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뚜렷하게 자기 색을 고집하는 브랜드들도 잦은 스태프의 교체, 대중적인 인지도, 그와 연관되는 판매량의 고려 등등을 따졌을 때 나오는 판매고를 중시하는 '다작(多作)'이라는 차선책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원화가 인지도로 판매량 랭크에 항상 상위를 차지하는 브랜드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기대와는 달리 이야기가 너무나 평범하고 졸렸던 'Berry's'. 단지 막강 네임벨류의 원화가들이 모였다는 이유로 높은 판매량을 차지했다. 전형적인 '캐릭터 매력'을 강조한 작품.]

 본격적으로 진지한 완성도를 지닌 작품들이 많지 않은 이유도 결국 대중들의 요구를 '우려'한 '판매량'을 최우선적으로 신경쓰게 되어버린 각 회사들의 안타깝고 어쩔 수 없는 선택 때문입니다. 다른 여러 요인들도 작용하겠으나 대중이 요구하지 않고 팔리지 않는 작품을 만들며 자신들의 색을 유지하기엔 이젠 모두가 여유가 없는 상황이지요. 대표적으로 D.C 시리즈로 유명한 에로게의 오래된 명가, CIRCUS가 있습니다. 과연 저 유명 브랜드가 D.C 다카포라는, 당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 없었더라면(나나오 나루 덕분이기도 합니다만)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다카포 이외의 작품들을 이젠 거의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90 후반~2000년대 초반에만해도 CIRCUS는 나름 회심의 작품들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최종시험쿠지라(고래)'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도 난해하며 장르조차 분명하게 정하기 어려운 이 작품은 평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그 밖에도 중세 판타지풍의 독특한 게임 시스템을 살렸던 '이터널 판타지'라는 작품도 있었습니다. 더 찾아보시면 D.C 시리즈뿐만 아니라 다양한 많은 작품들이 있었습니다만...D.C. 시리즈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요.

[하늘에 고래가 떠있는 묘한 설정을 지닌 미스테리함이 가득했던 작품. '최종시험고래(最終試験くじら)' 필자도 저 신비한 소녀의 매력에 빠져 낚여버린 많은 유저들 중에 한 명이다.]


 이로 인해서 에로게의 현재의 주된 패러다임은 이야기보단 '시청각적인 캐릭터'의 매력의 강조이며, 그만큼 캐릭터의 매력을 한 눈에 어필할 수 있는 '원화가'의 비중이 과거보다 더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과거에 비해 상향 평준화된 원화와 세련된 그래픽과 인터페이스 등 '이야기'를 제외한 다른 부분은 '분명히' 성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에로게의 작품의 요소는 전에 언급했던 '이야기+캐릭터+게임요소'이기에 나머지 두 가지가 완벽하다고한들 '이야기'가 부족하다면 '좋은 작품'이라고 인식되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야기' 자체의 수준이나 완성도가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 그 자체가 메인의 재료가 되는 작품들의 수가 적어진 것은 너무나도 선명한 현실태입니다. 이야기를 위한 작품이 아닌, 특정 캐릭터를 위한, 히로인들의 매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이야기가 되다 보니 이야기의 완성도나 개성 면에서 하향 평준화를 가져오게 되는 결과를 낳고 이것이 전반적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듯한 인상을 가져오게 됩니다.


[그저 그럴 것 같던 '오카에릿!' 까고 보니 물건이었다?!]


[캐릭터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요즈음엔 '내일 만났던 소녀'와 같은 비극적인 작품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어조나 맥락이 과거가 더 좋고 현재는 별로다 라는 느낌이 드실 수 있겠으나 결코 그런 의도는 아닙니다. 시대를 거쳐 에로게의 요소 중 강조하는 부분이나 방향이 달라진 것뿐이니까요. 허나 결국 모두가 '좋은 작품'이라 언급되는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이야기'에서 승부가 갈립니다. 이것은 결국 에로게의 요소들 중 '이야기'가 가장 작품의 수준을 결정짓는 데에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증거인데요. 수작, 명작이라 손 꼽는 작품들이 대체로 과거의 작품이면서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몰린 이유도 에로게의 위와 같은 흐름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존재론을 어둡고 진지하게 그려낸 명작, '크로스 채널']

 '읽는다'라는 행위가 근본적인 기반이 되기에 이야기는 곧 시나리오 라이터의 '글'이 됩니다. 이는 결국 '에로게' 역시도 문학 텍스트의 확장된 범주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에로게라는 장르는 '이야기+캐릭터+게임성+에로'와 같이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복잡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 탓에 각 시대마다의 패러다임이 각각 달랐고 그에 따라서 '좋은 작품'의 기준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현재의 에로게가 강조하고 있는 요소 역시도 여러 상황과 맥락들이 한 데 어우러져 나온 현상이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과거와는 달리 에로게라는 장르의 '전형'이 확립되어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며, 다른 요소보다도 '캐릭터의 매력'을 강조하는 패러다임이 구성된 것은 현재의 에로게를 즐기는 유저들의 욕망의 깊이와 방향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입니다.

[캐릭터와 이야기 간의 조화를 잘 이룬 작품, Navel 社의 '달에 다가서는 소녀의 작법'과 '소녀 이론과 그 주변']

 에로게를 통해 배출하고자 하는 욕망의 형태가 결국 작품의 인기도와 판매량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지금 결국 '좋은 작품'을 논하려면 에로게의 근본적인 성격을 살펴봄과 동시에 우리 유저들이 에로게를 통해 표현하고 배출하고자 하는 욕망은 과연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에로게에서 '좋은 작품'이란 궁극적으로 무엇인지를 제 시각에서 풀어보는 것은 2부로 양보하기로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ay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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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대공 2013/09/21 23:07 # 답글

    결국은 승부는 스토리텔링에서 갈리겠죠 ㅇㅇ
  • 하운나래 2013/09/21 23:14 #

    대공님 말씀처럼 에로게가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이 작품의 완성도나 질을 결정하는 데에 무척 중요한 요인이 되긴 합니다만 다른 요소들과의 조화도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입니다. 에로게처럼 은근히 복잡한 장르가 없는 것 같아요.
  • 센프 2013/09/21 23:16 # 답글

    하지만 에로게인 주제에 떡신이 시시하면 그것도 문제일 듯. 에로게라는 아이덴티티를 보유한 이상 화끈한 떡신은 필수가 아닐까요...
  • 하운나래 2013/09/21 23:22 #

    물론입니다. 소설 안 읽고 라노벨 제쳐두고 에로게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으니까요...(웃음) 한창 스토리텔링이 강조되던 시기보다 최근에는 그러한 에로 요소에 나름 무게를 두며 다루는 게임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다크게나 블랙게를 제외한 일반 에로게는 과거 평균적으로 2~4개였던 H씬도 최근 작품은 최소 4~5개이고 많으면 6~7개도 넘어가더라고요. 위에서 언급한 '소녀이론'의 가장 큰 단점이 바로 흥분되지 않는 에로씬............;;
  • 일렉트리아 2013/09/22 00:29 # 답글

    크로스체널...저건 원작보다 '나나세 크레쉬'라는 플레쉬게임 더 유명한...슬픈게임
  • 하운나래 2013/09/22 02:01 #

    말씀듣고 생각나서 좀 해봤는데...역시 재미있네요 ^_^ㅎㅎ
  • 2013/09/22 00:5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9/22 02: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9/22 02:3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NB 2013/09/22 01:23 # 답글

    역시 에로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노란수건..
  • 하운나래 2013/09/22 02:02 #

    시간이 지나도 역시 잊을 수 없죠 ㅎㅎ
  • 그륜 2013/09/22 01:49 # 답글

    저는 수월이 좋았는데.. 쩝쩝
    그 시절쯤엔 좋은게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 하운나래 2013/09/22 02:12 #

    스이게츠도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00년도 초반 때가 이야기 면에선 지금보다 더 인상적인 것들도 많았고 풍성했던 것 같네요.
  • icoul 2013/09/22 05:24 # 답글

    좋은 글이었습니다. 순애계통으로는 매우 공감가는 글이었습니다.
    다만 에로게에는 누키게, 능욕게, 조교게 등의 장르들도 많이 있다보니까 그런 부분이 아쉽군요.
  • 하운나래 2013/09/22 10:13 #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말씀해주신 목적이 뚜렷한 장르들은 아무래도 제가 모두 다루긴 어렵네요. 그 쪽 방면의 작품들은 아예 지식이 전무하기도 하고요. 에로게 순애 계통에 한정지어 얘기한다는 전제를 까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 마루빵 2013/09/22 22:37 # 답글

    저는 순애계밖에 안하니 공감 많이 가네요.. 마루토 후미아키 작품들 꽤 좋아했는데ㅠㅠㅠㅠㅠ
  • 하운나래 2013/09/22 22:46 #

    확실한 개성을 지니신 분이죠. 낸 작품들 모두 히트를 치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에로게보단 책 쓰시기에 바쁘신 모양입니다. 다시금 복귀하셔서 좋은 작품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네요.
  • 푸른혜성 2014/06/11 00:10 # 삭제 답글

    오 귀작을 해보신분이 아직도 남아 있네요.. 아직 20대지만 주로 귀작을 해보신분들은 블로그같은걸 접거나 사회로 가서 자신의 취미생활을 할 여유가 없는 분들인데 고전작이라고 불리오는 미연시 초창기부터 하신분을 만나서 무척이나 반갑네요 ㅎㅎ 저도 고전작을 몇년전에 했어도 아직도 스토리면은 과거가 더 좋을때가 많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너무 캐릭터,h신으로만 승부보는 경우가 허다해서 말이죠...
    어쩌면 현재 에로게가 차라리 그림체를 신경 덜 쓰더라도 스토리가 중요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ㅎㅎ
  • 하운나래 2014/06/11 13:17 #

    과거에는 정말 다양한 스펙트럼의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 10주년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회사가 당시 실험적인 작품을 내놓기도 했었고요. 지금은 어떻게 보면 '안정적'인 작품을 내놓는 경향이 크고 무엇보다 실력있는 시나리오 라이터가 에로게 업계에서 은퇴를 많이 한 게 큰 것 같아요. 적극적인 순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과거와 같이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올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 환상그후 2015/05/25 22:01 # 답글

    긴글 잘봤습니다. 아래에는 이 글에 대한 개인적의견입니다.

    근래 에로게의 다작화에 있어서 캐릭터들의 확립도 굉장히 힘들어졌다고 봐야할 듯 싶네요. 캐릭터를
    살렸다고 하는 작품들은 스토리텔링이 죽거나 스토리텔링과 캐릭터가 어느정도 살아있다고 해도
    세계관 설정과 충돌이 일어나는 작품도 상당 수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역으로 설정은 좋은데 스토리
    텔링과 캐릭터가 그걸 못따라가는 경우도 봤고요.

    예전 작품들이 좋았다. 라기 보단 이미 평준화 수준에 이르러서 예전에 했던 작품이 좋았다 라고 생각
    하게 만든다는 부분도 어느정도 감안을 해야한다 봅니다.

    위에서 제시한 요소는 스토리텔링과 캐릭터디자인이었기 때문에 그걸 논하자고 하자면
    충분히 문제가 많은게 사실입니다. 근래 1개의 작품에 다수의 라이터가 있는 경우도 존재하더군요.
    역으로 일러스트레이터가 다수인 경우는 오히려 문제가 적지만 다수의 라이터가 공동작업을 하게
    될 시 생기는 문제들은 한없이 많습니다. 기초 설정에 부합되지 않는 캐릭터의 포진과 각 스토리 간에
    배려없음. 루트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주인공의 성격 등이 대표적 예가 되리라 봅니다. 그리고 그건
    작품 구성의 완전 변경까지도 감안하게 만드는 부분이 될테니까요.

    다수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있을 시 문제가 안되는 것도 아니죠. 하나의 이벤트 CG를 제작할 때 배경
    레이아웃, 캐릭터 레이아웃, 이후 타 캐릭터 레이아웃 작업을 아예 다른 사람이 하면서 발생하는 시간
    적인 로스나 배치를 위한 회의로 인한 타임로스. 등이 그 이유가 되리라 봅니다.

    작가들이 즐겁지 않은 작품은 결국에 그걸 보는 플레이어에게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알게 되죠.
    이런 캐릭터, 스토리 평준화 상태와 다중적 문제가 지속되는 와중에서도 독자들의 깊은 흥미를
    이끌어내고, 팬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에로게가 아닐까 싶습니다.
  • 하운나래 2015/05/25 22:26 #

    댓글 감사합니다!

    꽤 오래된 글이라서 지금 저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도, 그렇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웃음) 어쨌거나 환상그후님께서 말씀해주신 바에 공감하는 바가 큽니다. 최근의 현상에 대해서 핵심을 잘 짚어주셨다고 생각해요.

    특히 마지막 문단에서 말씀해주신 부분은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시대가 흐를 수록 감히 '명작'이라는 칭호를 붙이기가 어려워지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매년 한 두 작품은 인상적이며, '좋은 에로게'라 할 수 있는 수준의 타협 없는 작품들이 종종 나오는 것으로 이 업계에 대한 희망고문을 이어가는 것도 어떻게 보면 사실이기도 합니다. (웃음)

    최근 에로게 내외부로 많은 변혁의 바람이 불다 보니까 올해 들어 특히 이런 저런 시도가 많아서 계속 저도 지켜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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