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노을의 안식처


'스낵컬쳐' 시대의 에로게 유저들을 향한 한 마디 - '명작'은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 에로게 칼럼


** 아래 글은 객관적이기보다는 주관적인 성향이 강한 글입니다. 다소 직설적이더라도 한 사람의 의견으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_)


1. '스낵컬쳐' 시대에 들어서며

  21세기에 들어서 가장 큰 혁명 중에 하나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대중들에게 향유되기 시작한 일이다. SNS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발달은 우리의 생활을 '모든' 면에서 크게 바꾸어 놓았는데, 이는 문화를 향유하는 방식에서도 이전 세대와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바야흐로 일명 '스낵컬쳐'의 시대이다.
(* 스낵컬쳐란? - 짧은 시간 동안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 ; [네이버 지식백과] 스낵컬처 에서 따옴.)

  스낵컬쳐를 향유하는 소비층은 더 이상 '긴 글'을 선호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 글도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 키를 누를지도 모르겠다.) 지식 및 정보의 '단순명료화', '핵심 요약'은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 능력 중에 하나가 되었다. 때문에 스낵컬쳐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을 선호하며 긴 글이 있더라도 그에 대한 '한 줄' 핵심 요약을 찾는다. 물론 이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긴 호흡 속에 많은 사고의 여백이 담긴 긴 글은 '절대로' 완벽하게 한 줄로 정의되거나 요약될 수 없다. 이는 비단 이야기(소설) 콘텐츠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문화 콘텐츠가 공유하는 공통점이다. 문제는 문화 콘텐츠의 2차 창작이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워진 지금에, 우리들은 무의식중에 '한 줄'만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 콘텐츠 자체가 단편화되는 것은 그 시대의 패러다임이고 자연스러운 흐름 중에 하나다. 하지만 이런 패러다임이 과연 올바르고 성숙한 문화 콘텐츠 향유를 촉진시키고 있느냐고 질문하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글쎄??’



 2. 콘텐츠의 휘발성 소비 행태

  2차 창작은 본래 SNS 세대 이전에도 존재했으며 인터넷의 발달과 커뮤니티의 발달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일반 대중들이 가장 친숙하고 창작하기 쉬운 2차 창작은 바로 '비평(리뷰, 감상 등)'이다. 전문의 영역에 위치해있던 '비평'은 이젠 문화 향유층 누구나가 자유롭게 접근하며 같은 향유층과의 매우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수단 중 하나로 자리를 옮겼다. 이 덕분에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어느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고 블로그를 통한 2차 창작(감상, 리뷰 등의 포스팅)에 이르게 되었다.

  허나 문제는, 특히 우리나라서는 입버릇처럼 붙어 버린 ‘빨리빨리’가 ‘스낵컬쳐’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서로 만나서 새로운 문화 콘텐츠 향유의 방식 - ‘휘발성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영향이 2차 창작 콘텐츠(감상, 리뷰 등)에서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언급하는 휘발성 소비란, 하나의 작품을 오래 곱씹어 몰두하기보다는 여러 개의 많은 작품을 빠르게 소비하고 내부 혹은 외부의 유인 요소에 의해 다른 작품으로 이동하여 그러한 소비 행태를 지속하는 문화 콘텐츠 소비의 개념을 위해서 필자가 만든 조어다. (인정된 학술 용어가 아니다.) 이러한 휘발성 소비로 인해서 특정 작품을 오랜 시간을 걸쳐 깊게 다루며 고찰하기보다는 소위 ‘클리어’가 끝나면 빠르게 다음 소비 대상으로 옮기는 모습이 많아졌다.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최근 가장 활발한 모바일 게임 업계도 국내의 것들은 이런 현대인들의 습성을 제대로 노리고 있다는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 될 수 있다.) ‘질’보다는 ‘양’이 향유층 간의 커뮤니티, 블로그를 통한 교류에 있어서 새로운 경쟁력이 된 것이다. 그리고 적고 느리지만 깊게 다루는 콘텐츠 소비보다는 얕고 빠르게 많이 다루는 콘텐츠 소비에서 더 즐거움을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현상’에 불과하다. 가치판단을 하기 전에, 짚어야 할 것은 과연 이러한 문화 콘텐츠 향유의 방식이 우리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이냐, 두근거리는 재미를 느끼고 있냐는 점이다.

  자, 이제 필자가 하고 싶은 얘기의 윤곽이 슬슬 보이기 시작할 거다. 3으로 넘어가기 전에 2011년에 발매한 'CARNELIAN MUSEUM -Orbit Works- (JIVE, 2011)' 에 수록된 원화가 '카넬리안(CARNELIAN)'과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분을 발췌한 것을 보자.

  Q. 이후, 어떤 작품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계신지요.
  A. 지금은, 애니메이션도, 게임도 끝나자마자 열이 식어버리는 사람이 많지요. 옛날에는 작품이 끝난 후에도 고찰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자신의 '모에'와 즐기기 위한 콘텐츠를 소화(消化)하는 형태지요. 그런 시대의 흐름도 있어서, 이후 제공할 작품은 게임 이외의 표현방법을 포함해서, 1화 완결로 되어 있으면서도 연작이고 뒤에서는 큰 이야기가 움직이고 있는 흐름이 되어 있습니다. 유저들도 될 수 있는 한 길게 '두근두근' 하셨으면 좋겠고, 저도 그런 유저들을 보고 두근두근하고 싶네요.


  현재는 'PARA-SOL(Oribt, 2010)'이라는 작품을 끝으로, 더 이상의 신작을 내시지 않고 있어 이젠 많이 언급되지 않고 있는 원화가 'CARNELIAN' 씨는 ‘TONY’ 씨와 함께 일명 'B급 전설'을 이루고 있는 재미있는 경력을 지닌 분이다. 아마 이 두 분이 아직까지 존속되고 있는 유명 에로게 회사 소속이었다면 에로게의 흐름은 굉장히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웃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위 인터뷰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지금은 자신의 '모에'와 즐기기 위한 콘텐츠를 (빠르게 빠르게) 소화하는 형태의 휘발성' 소비의 시대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부분은 바로 앞의 어구인, '작품이 끝난 후에도 고찰하는 재미'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작품이 끝난 후에도 고찰하는 재미'를 느끼며 오랫동안 '두근두근'하고 있을까? 그것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명 '팬'인 작품이 아니고서야?

  위 인터뷰의 내용을 곱씹어 보신 분들은 아마 눈치를 채실 것이다. 원화가면서 기획자이기도 한 카넬리안은 지금의 우리들의 콘텐츠 소비 행태를 돌려서 까고 있는 것이다. 고찰하는 재미로 작품을 마친 후에도 ‘두근두근’하는 재미를 오래 느낄 수 있으나 지금 우리들은 그러한 재미를 모른다는 것. 동시에 그런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는 고충도 절절하다.<*주석1> 아무리 충실하고 깊은 작품을 내놔봐야 유저들이 고찰해주고 파헤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게임을 만드는 입장인 그는 이미 이 점을 정확하게 캐치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그것이 11년도이다. ‘스낵컬쳐’의 흐름에 몸을 담은 14년도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은 오죽할까. 물론 이러한 시대의 트렌드를 거스를 수는 없다. 지적해야 할 것은 그 트렌드에 ‘생각없이’ 몸을 맡기고 주체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도전적이고 개성이 뚜렷한 작품, PARA-SOL(Orbit, 2010). 참고로 필자의 다음 타깃. (웃음)]


 3. ‘명작’은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명작(名作)’의 정의조차도, ‘널리 이름난 작품’이다. 만든 사람이 홀로 아무리 좋다고 떠든다 한들 이로써는 절대로 이름나지 못한다. 이름을 나게 하는 것은 작품을 대하는 우리들, 문화 향유층이며 여기서는 에로게 유저들이다. 물론 ‘명작’이 될 수 있는 작품론적인 필수 가이드라인은 엄연히 있다. 완성도가 엉망진창인 작품을 명작이라고 말할 수 없을뿐더러 말해서는 안 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와 성취를 거둔 작품 중에서 우리는 가히 자신들의 가슴을 울린 작품을 ‘명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음, 아니다. 설령 객관적인 완성도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 예술 작품이 누군가의 가슴을 울릴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만의 ‘명작’이 될 수 있는 최우선의 조건이다.

  단적으로 얘기해보자. 20여년의 에로게 역사상 대중적으로 가장 인정받고 있는 에로게 중에 하나가 바로 '화이트 앨범 2(Leaf, 2011)'이다. 그 어떤 평가 커뮤니티를 들어가봐도 화이트 앨범은 TOP3의 자리를 쉽게 내놓지 않는다. 물론 'WA2'는 '잘 만든 작품 - 수작'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동시에 제작사, 시나리오 라이터의 후광을 가장 많이 받아 과대평가된 작품 중에 하나인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즉 '화이트 앨범2'를 몇 년 동안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은 '작품 자체'가 No.1이라서가 아니라 바로 이 작품을 지지하는 '팬덤(fandom)'과 수많은 양질의 2차 창작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눈치 챘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만든다는 의미를. 그리고 지금의 에로게를 대하는 ‘휘발성’ 소비 행태 속에서는 과거처럼 쉽게 ‘명작’이 나올 수, 아니 우리들이 만들고 있지 않다는 것을. 완성도 있는 예술 작품의 울림은 100명이면 100명 모두의 마음에서 달리 울려 퍼지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어라? 뭔가 흐름이 이상한데? 그렇다. 과거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예술 작품에는 ‘절대적 패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소위 커뮤니티에서의 어느 작품의 점수가 90점이고 어떤 작품은 95점이라고 해서 95점의 작품이 90점 작품보다 더 우월한 작품이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유난히 역사가 짧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영화나 다른 문화 콘텐츠와는 달리 에로게에만 지나치게 매겨져 있는 평점에 연연하거나 순위에 연연한다. 인간의 다양성에 호소하는 문화 콘텐츠에서는 순위, 서열의 나열은 어떤 방식으로든 절대적이지 못하다. 의미 있는 것은 남이 매긴 순위가 아니라 자기 안에서 매겨진 자신만의 순위이다.

  지금의 에로게 시장을 향하는 유저들의 반응을 곰곰이 보고 있노라니, 매년 ‘흉년’을 외치거나 ‘명작’이 없다고 한탄하며 쇠퇴기, 침체기라 입을 모아 얘기한다. 그리고 가장 큰 원인을 좋은 시나리오의 부재에서 찾는다. 좋은 시나리오의 부재라...나는 한 번 물어보고 싶다. 현재 ‘좋은 시나리오’가 정말로 없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다양한 시도가 많았고 몇몇 뛰어난 스토리게를 배경으로 하는 미화된 추억에의 향수인지를.<*주석2> 필자가 보기엔 질적인 차이는 둘째치더라도 양적으로 ‘좋은 시나리오’의 작품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설령 그 질적인 차이를 근거로 지적하더라도 ‘질적인 차이’라는 것 자체가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소 우열을 가리기에는 유치한 것이다. 물론 과거와 비교해서 에로게 업계의 ‘활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죽었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성급하고 근시안적이다. 여전히 에로게를 만드는 기술력은 점차 발전하고 많은 유저들이 원하는 안정적인 작품도 꽤 많이 나온다. 과거와 같이 시나리오에 올인하는 ‘모험작’이 드물 뿐(당연한 것이다. 그들도 사람인데. 어떤 작품이든지 타협의 산물이다.) 충분히 에로게의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뛰어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작품은 12년도, 13년도, 14년도 매년 모두 존재했다. 그저 인정하지 않고 제대로 보려하지 않았을 뿐.

  가장 큰 원인이자 문제는 과거에 ‘명작’이 많이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인 ‘오랫동안 깊게 고찰하는 방법과 그 재미’를 유저들이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낵컬쳐’의 우리들은 우리들 스스로 더 이상 ‘명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작품을 너무 근시안적으로만 바라보고 접근한다. 더 이상 새로운 ‘팬덤’을 만들기보다는 새로운 무언가를 자꾸만 빠르게 찾아 나선다. 스낵컬쳐가 선도하는 ‘휘발성’ 문화 콘텐츠 소비로는 유저들이 나서서 ‘명작’을 만들기 어렵다. 단지 우리들은 어디에선가 ‘명작’이 벌떡 나오기를 바랄 뿐. 이런 자세로는 작년도, 올해도 그리고 내년도 ‘흉년’일 것이다. (웃음) 우리들은 스낵컬쳐의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생각 없이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 – 명작만을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무리 잘 만들고 좋은 작품도 처음부터 ‘명작’으로 나오지 않는다. 우리들의 끊임없는 재해석과 고찰 그리고 많은 의견 교류와 작품에의 깊이 있는 접근이 유저들에 의해 새로운 작품으로 거듭나고 비로소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명작’이 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해본다. ‘명작’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 방법은 어렵지 않다. 플레이 과정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한 ‘만족감’이 가장 중요하고, 작품을 향한 고찰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는 것. 제작진은 이 작품을 통해서 무엇을 우리들에게 말하려고 하였는가. 그 메시지를 찾고 그것이 훌륭하다고 느꼈다면, 그 작품은 여러분의 ‘명작’이다. 여기서 ‘명작’은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 과거 혹은 최근에 플레이 한 에로게가 있다면, 그리고 그 중에서 ‘재미있게’ 플레이한 것이 있다면,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는 ‘자신만의’ 플레이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하운나래.



P.S. 최근에 들어 인상적이었던 작품 예시)

[대도서관의 양치기(AUGUST, 2013) - 현대 사회를 향한 냉철한 시각이 아니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었던 작품.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놀라운 작품 중에 하나다.]


[아스트라에아의 하얀 영원(FAVORITE, 2014) - 탁월한 계절감 속에서 에로게로서는 갖기 힘든 깊은 통찰을 보여준 필자가 꼽는 올해 최고의 "명작"]


[골든 매리지(ensemble, 2014) - 평범한 작품이라고요? 필자에겐 올해 최고로 공감하고 동시에 지친 마음을 달래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



<*주석1: 재미있는 점은 카넬리안의 지금까지의 남성향 작품들은 하나 같이 대중적이지 못했다. 이 말은, 과거에조차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작품에 고찰하지 않는 이상 그 작품의 ‘본질’에 접근하기 어려운 독불장군과도 같은 고고함을 매번 유지했던 것이다. B급이라는 본의 아닌 별명을 얻으면서까지, ‘도화월탄’의 실패를 겪으면서까지. 좋게 말하면 타협하지 않고 작품성과 예술성을 추구했던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미련했던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1년도 동일본 대지진에 의해 핵심 제작진의 가족이 변을 당했고 Orbit는이를 계기로 무기한 제작 휴지에 들어갔다. 그의 트위터를 들어가보지 못해서 Orbit이 다시 제작을 재개했는지는 모르겠으나 11년도 하반기의 인터뷰 내용만 보면 다시 그 스태프가 합류했다는 것을 밝혔다.>

<*주석2: 과거 에로게의 상업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의 다양한 시도는 모든 어떤 것의 ‘과도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과도기를 거쳐 ‘살아남은’ 강자들의 게임을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인데, 그 강자들을 선택한 것은 우리들이다. 에로게 업계는 헌신적인 예술가들이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한 예술가라서 일정 수준의 상업적인 타협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상업적인 타협 – 유저들과의 타협을 캐릭터의 ‘모에’와 ‘에로’에서 찾는 것은 유저가 그러한 것을 원하고 또 그런 게임을 더 많이 사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의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한 이러한 타협과 괴리는 에로게 지난 10년간 작품의 성공과 상업의 성공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에로게에서 ‘에로’ 요소를 피해갈 수 없는 한 두터운 팬덤이 없는 이상 앞으로도 상업성이 확보되는 작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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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rkaein 2014/11/08 00:25 # 답글

    휘발성 소비에 관해 제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9X년대나 2000년대 초반대에 비해 최근의 작품들이 깊게 고찰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현대 오타쿠의 소비습성에 있다기 보다는 오타쿠 시장의 환경이 소비습성을 그렇게 바꾸었다고 보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때 그 시절의 작품량과 지금의 작품량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90년대 ~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오타쿠 문화가 번성하기 시작하는 시기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작품의 물량 자체도 적었을 뿐더러 지금에 비해 매년 등장하는 작품 수도 적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뛰어난 몇 몇 작품에 이목이 쏠려서 그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할게 그거 밖에 없었다는 거겠죠.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눈을 조금만 돌리면 할만한 작품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당장 쏟아져 나오는 작품부터 시작해서, 과거로부터 축적되어온 양질의 작품들의 양을 생각해보면 한 작품에 애정을 다 쏟아붓기에는 괜찮아 보이는 작품이 너무나도 많은 것이지요.

    또한 명작은 작품이 베이스를 깔고 팬덤이 완성시킨다는 말에는 공감하는 바입니다만, 최근에 명작 소리 듣는 작품이 적은 이유는 단순히 팬덤 문제 이전에 나오는 작품들의 질적인 면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전반적인 작품의 퀄리티는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유저들이 기억하는건 전반적인 퀄리티가 아닌 뛰어난 몇몇 작품의 퀄리티만 기억하게 되는거죠. 업계 입장에선 몇몇 명작과 비교당하니 가혹하겠지만, 이건 어쩔수없는 일종의 허들입니다. 넘어서면 기억에 남는거고, 넘지 못한다면 도태되는거겠죠. 개인적으론 최근에 나오는 안정적인 형태를 한 작품들을 나쁘게 평가하지는 않고 모험을 하지 않는 업계를 비판할 생각도 별로 없지만, 모험을 하지 않고 안정적인 시도만 하는 시장은 결국 죽기 마련입니다. 라이트노벨이라는 쟁쟁한 경쟁 업계가 나타나서 인력도, 유저층도 이탈하고 있는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모두가 안정적인 시도를 하면 결국 제살 깎아먹기밖에 돼지 않으니까요.

    사실 에로게 시장 뿐만 아니라 오타쿠컬쳐 전반이 지금의 형태를 띄게된 결정적인 이유는 작품성을 지지하는 유저와 모에를 지지하는 유저의 자금력 싸움에서 모에파가 이긴게 결정적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장문의 글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언제나 포스팅 보면서 느끼지만 정말 열정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 하운나래 2014/11/08 01:01 #

    양질의 댓글 감사합니다. 전체적으로 맞는 말씀이라서 저도 동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휘발성 소비 행태에 대해서야 말씀하신 콘텐츠의 양적 팽창에 따른 환경 요인이 1차적이라 저도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할 게 많으면 하나 오래 잡고 있기 어려운 게 인지상정이지요. (웃음) 다만 이러한 시대 트렌드일수록 주체적이지 못하다면 위험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비단 에로게뿐만이 아니지요. 인터넷 문화는 대체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폭발하는 정보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겠지요. (웃음)

    말씀하신대로 최근의 에로게 시장이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고, 덕분에 과거에 비해 활력이 줄어든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더욱이 활력을 띤 애니메 산업, 라노베 산업이 과거 에로게가 시도했던 많은 부분들을 넘겨 받아 담당하고 있는 인상도 있고요. 그럼에도 무작정 현대 시장을 부정적으로 볼 수 없는 것은 과거 주로 '시나리오'로서 모험을 했다면 최근에는 발달된 시스템 요소나 캐릭터 요소를 통해서 또 다른 패러다임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이지요. 여전히 모에 중심의 작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있는 현황입니다만, 그 '모에'가 작품성과 '상극'으로 대립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협력자'로서의 접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이저 업계들의 흐름이 안정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의 모험 혹은 작품성을 추구하는 것이 보이거든요. (물론 마이너 업계들은 과거보다 죽은 건 사실입니다만..)

    오타쿠 컬쳐 중에서도 에로게는 솔직히 '확실하게' 담당하는 영역(에로)이 특정되어 있기 때문에 작품성보다는 캐릭터와 모에, 에로를 지지하는 쪽이 우세한 것은 에로게의 숙명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워낙 하고 싶은 말만 줄줄 쓴 글이라서 구멍이 많았는데, 그 구멍을 정말 잘 메워주신 것 같아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되세요!
  • 2014/11/08 02:07 # 삭제 답글

    10년 전과 현재… 어떻게 보면 10년 밖에 안 되는 세월이지만, 10년은 긴 시간이죠. 10년의 시간동안 소년은 청소년이 되고, 청소년은 성인이 되어갑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서 게임을 하던 사람들도 바뀌게 되죠.

    만약에 타입문이 그 옛날에 월희, 페이트 등을 선보이지 않고… 지금 14년에 내놓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답은 바로 '명작 중 하나'만으로 남았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타입문이 자랑하는 이 게임 속에는 각 캐릭터들만의 인생 철학, 정의 등등이 담겨있고, 설정 자체가 조금 난해한 편입니다. 그런 게임이 만약에 지금처럼 컨텐츠 소모가 빠른 시기에 나왔다면? 어쩌면 '명작 중 하나'가 아니라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남았을지도 모르지요.

    예전에는 플레이할 게임 수가 적었고… 당연히 그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게임도 적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끼리 그것에 대해 궁금한 점 등을 토의하면서 그 게임에 대한 애정을 쌓았죠. 타입문의 게임들이 바로 그러한 게임들입니다. 혼자서는 알 수 없는 내용들을 설정을 제대로 이해한 유저가 그것을 설명해 주고… 그 설명을 들은 유저가 그것을 상기하면서 다시 플레이하고… 그렇게 점점 그 게임에 매료되고… 고찰하게 됩니다.


    에로게만이 아닌 10년 전의 우리나라 게임 시장으로 와보면… 10년 전, 당시 넥슨의 계열사인 데브켓에서 만든 게임이 하나 있었지요. '마비노기'라는 게임이었는데… 이 게임은 그 당시에는 없었던 매우 높은 자유도를 가진 게임이었습니다. 채집, 아르바이트, 필드 모험, 던전… 그리고 모든 유저들을 감동으로 몰아넣은 제네레이션 에피소드 등…. 그로 인해서 마비노기는 그 당시에 많은 상을 휩쓸면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죠. 2008년 무료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마비노기는 변혁기를 거치게 됩니다. 그건 바로 '스펙 지상주의'죠. 좋은 아이템으로 무장하고… 던전을 휩쓸면서 레벨업을 한다. 마비노기도 물론 MMORPG이기 때문에 이상할 것은 없었죠. 다만… 그렇게 하면서 마비노기에 있던 좋은 컨텐츠 등은 몰락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컨텐츠의 몰락과 함께… 일명 '짱깨'라 불리는 이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마비노기 자체가 몰락합니다.


    횡설수설했는데…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10년이라는 세월은 길다는 거죠. 그 시간동안 사람들의 인식 또한 바뀌고… 그 바뀐 인식으로 인해서 여러 방면이 예전과는 다르게 변해갑니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여러가지를 해보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은 엄청나게 많고 자신의 시간은 적으니까요.



    PS. 대도서관의 양치기를 너무 급하게 플레이해서 넘어간 부분이 굉장히 많은데… 이 게임 속에서 보여주는 부분은 굉장히 놀랍죠. 특히, 스즈키 카나라는 인물 속에 담긴 수많은 뜻을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굉장하죠. 최초에는 예익의 유스티아보다 낮은 급…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팬디를 플레이하면서 본편 내용을 곰곰히 씹어보면 유스티아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 하운나래 2014/11/08 12:09 #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깊이 공감하는 바네요. 본문에 적으려다가 지웠습니다만, 과거 소위 '명작'이라고 일컫어지는 작품이 현대에 나온다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있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저도 들었습니다. 이게 신기하게도 비단 어떤 게임이든, 문화 콘텐츠이든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주어진 것이 적은 그 때엔 작품성은 둘째치더라도 어느 하나의 게임에 애정을 쏟을 여유가 있었지요.

    그런 면에서 과거를 향수하고, 또 미화하는 것이 어쩌면 과거와는 너무도 달라진 지금의 모습에 대한 반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쉬움과 한탄, 반발이 어쩌면 지금의 휘발성 소비를 통해서 얻는 재미가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재미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점의 증거가 될 수도 있겠지요.

    한정된 시간 속에서야말로, 눈 앞에 '유혹'이 많아질수록, 우리들은 과거보다 더 '주체적'인 관점으로 딛고 있는 발에 힘을 꽉 주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여러가지를 할 수 있는 지금의 트렌드가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것을 하나 당당히 고를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P.S. 대도서관의 양치기는 일회성 플레이만으로는 그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작품 중에 하나입니다. 저 또한 매번 플레이 할 때마다 문장이나 대사 하나하나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을 느껴요. 제작진이 얼마나 주인공을 비롯한 히로인들의 설정에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가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가히 팬디스크는 단순한 에로게적인 의미에서의 서비스팩이라기 보다는 완벽한 하나의 '확장팩'이라고 해도 될 정도지요. 전달하고자 하는 바와 내용이 예익의 유스티아가 깊지만 단조로웠다면, 대도서관의 양치기는 깊으면서도 형형색색이라는 점이 굳이 전작과 비교하자면 차이점으로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 실피드 2014/11/08 02:39 # 답글

    전반적으로 많이 공감이 되는 내용도 이네요공감되는 내용은 역시 스낵컬쳐랄까요. 많은 분들이 이제 더욱 빠르게 쉽게 '모든 것'을 얻을려하는것같네요. 하운나래님이 예전에 말씀드린바 싶이 때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야할때도 빠르게 얻을려는게 아쉽습니다. 에로게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문화컨텐츠를 즐기는 부분은 늘었지만 더욱 깊이 얻을려는 사람은 많이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애석하게 생각됩니다. 에로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운나래님이 예를 들인 리뷰가 가장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이네요. 2ch,일본 블로그를 가봐도 열정을 가지고 리뷰를 쓰는 분이 정해있을정도로 깊이있는 리뷰가 적어진 상황입니다. 저가 에로게를 입문했을때만해도 많을땐 20분이 넘었는데 지금 꼽자면 겨우 많아야 10분되는 상황이니.... 심각합니다...
  • 하운나래 2014/11/08 12:16 #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에 편승해서 '빠르고 쉽게 모든 것을 얻으려고 한다는 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모든 면에서 '깊이'있게 얻기 위해선 그만큼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진리 중에 하나거든요.
    '리뷰'라는 것은 본래는 '깊이 다루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 리뷰어들의 숫자가 적어지는 것은 저도 역시나 아쉬울 따름입니다. 예전과는 달리 에로게를 향한 그 열정의 총량이 적어졌다는 인상을 역시 지울 수가 없네요.
  • 2014/11/08 03:1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1/08 12:3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유스티아 2014/11/08 08:49 # 답글

    엄청난 글이군요. 한줄한줄 읽어나가면서 마치 저의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이 매우 많아 소름이 끼쳤습니다. 확실히 이전에 제가 블로그 개설 기념으로 올린 평가 방법을 설명하는 글에서 언급했었습니다. 요즘 에로게 상황이 에로에만 치중하고 스토리는 부진하다는 것을요. 그러나 하운나래님의 생각처럼 제가 너무 간편한, 빠른 클리어를 위하여 작품에 대한 고찰을 조금 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저는 하나의 게임을 클리어하면 반드시 그와 세트로 나온 오리지널 사운드트랙들을 다운받아서 MP3에 소장하는 것 또한 최대의 재미로 삼고 있습니다. 제가 음악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하루라도 빨리 다양한 음악들을 향유하고 싶어서 올해만 해도 38개의 게임들을 클리어 해냈습니다. 그러나 하운나래님의 글을 읽으니 어딘가 뜨끔 하고 아파오네요. 저는 그동안 게임의 스토리를 즐기고 감동을 받기 위하여 게임을 하는 것인지 단지 그 속에 담긴 음악만을 즐기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인지. 그렇기에 아마도 좋게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을 혹평할 수 있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아직 리뷰를 시작하기 전인데 이렇게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P.S 그나저나.... 계속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인데 평범한 필력이 아니시군요. 스낵컬쳐에 따른 긴글을 선호하지 않는 기호가 제게도 살짝은 남아있습니다만, 이 글은 긴 글이어도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 큰 거부감이나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글을 쓸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네요.

    P.S 제가 골든메리지를 올해 14번째로 클리어하였는데... 리뷰계획으로는 B~C랭크를 매기려고 했습니다. 스토리의 공감이 잘 안되고 갈등의 깊이가 얕다는 이유로요(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정말로 작품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잡아봐야될 것 같기도 합니다. 왜냐, 명작은 유저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죠(바로 인용했습니다, 뭔가 멋진 말이네요 ^_^)
  • 하운나래 2014/11/08 12:48 #

    댓글 감사합니다!
    작품에 대한 고찰, 그리고 그 투자는 개개인마다 다른 부분이라 스스로가 어떻게 느끼냐에 따라 다르기는 합니다만 역시 최근의 플레이 트렌드가 그러한 것이 '당연하게' 되는 탓에 충분히 좋은 작품임에도 제대로...아니, 온전하게 평가받는 일이 드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것이든지, 즐기는 방식은 개개인 나름입니다. 유스티아 님께서 게임을 플레이 하고, 그 안에 담긴 '음악'을 즐기는 것이 지고의 즐거움이라면 그것을 버리셔서는 안 됩니다. 다만 이제 조금이라도 고찰을 향한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하셨다면 그런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서 위와 같은 정신없는 글이 나온 것이지요. (웃음)

    P.S. 대중적으로 긴 글보다는 짧은 글, 간단명료한 글이 선호되는 건 이젠 당연합니다. 둘 다 장단점이 엄연히 있는 부분이라 유스티아 님의 자연스러운 스타일대로 하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P.S.2. 골든 매리지와 같이, 유저들에게 '행복감'을 선사하는 데에 주력인 작품은 주인공 혹은 히로인에 '공감'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즐기기 어려운 평범한 작품 그 이상도 아니게 됩니다. 저도 객관적인 수준에서는 골든 매리지가 다른 작품들과 비견되기는 분명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점을 제 개인에 맞춘다면, 플레이 내내 제 가슴을 울리고 공감하게 만들어 결국 나름의 '행복감'을 맛볼 수 있었기에 위 작품은 적어도 '저에게' 만큼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한, 좋은 작품이 되는 것입니다. 유스티아 님에게 있어서도 평범해 보이는 작품일지언정 자신에게 그러한 감정이 들게끔 만든 작품이 역시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 휴지마리 2014/11/08 16:06 # 답글

    전 업계 환경이나 제반사항에 대해선 아는 게 별로 없다 보니 이런 글들 볼때마다 그렇구나하고 받아들이게만 되네요. 웬만한 리뷰들은 게임 내용에 대해서 소개하는 정도로 그치다보니까 하운나래님 글 같이 업계를 둘러싼 환경이나 요즘 트렌드에 대해서 알려주는 글이 정말 반갑습니다. 저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좀 알아보고 재밌게 했던 작품에 대해서만이라도 좀 정리해봐야지 싶지만 늘 생각만으로 끝나네요.
  • 하운나래 2014/11/08 20:14 #

    저야말로 매번 들러주셔서 감사하지요.^.^
    솔직히 더 중요한 것은 통시적인 업계 환경이나 트렌드를 아는 것보다는 주어진 개별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입니다. 그런 통찰과 고민들이 쌓여야 에로게 문화도 마냥 19금 욕구 해소 창구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닌, 감히 문화 예술 콘텐츠의 하나라 인정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갈수록 유저들의 깊이 있는 시점에서의 교류가 적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참, 재밌게 하셨던 작품을 자기의 말로 표현하는 건 정말로 좋은 경험이 되고 정리된 그 작품은 확실하게 '자신의 것'이 되니 꼭 시간 내보시길 바랄게요!
  • 플로리스 2014/11/08 20:57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스낵컬쳐.. 확실히 요즘 소비행태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개념이 있을까 싶은 말이네요. 다만, 에로게들에게 있어서, 또한 업계 관계자들에게 있어서 이런 딜레마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해요. 이 점을 저는 유저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창작자의 관점에서 한번 보려고 해요.
    먼저, 이들 게임이 에로를 중시하고 있건 그렇지 않건 간에 이들에게 붙는 머리말은 결국 에로게라는 사실이죠.. 이는 절대로 피해갈 수 없는 딱지이기도 하고요.. 에로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 역시 그들의 선택이겠습니다만, 지금까지 세월이 흘러옴에 있어서 에로라는 소재가 하나의 정체성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 역시도 쉽지는 않아보이구요.

    그런데 이러한 딜레마는 사실 시나리오 라이터에게 있어서 알게 모르게 엄청난 작용을 한다고 봐요.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

    에로라는 소재를 유희의 하나로 즐긴다는 것 자체가 아직도 굉장히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는 점은 물론이고, 시장의 크기-전망 등을 볼 때도 애니메이션과 라이트 노벨 쪽이 밝습니다.

    그럼 이들 창작자들이 선택할 것은 한 가지 뿐입니다. 직접적인 성행위를 집어넣어 에로게 산업에 뛰어들 것이냐, 아니면 아슬아슬한 부분까지는 가되 선은 넘지않는 정도의 섹스어필에서 그칠 것이냐.

    능력 있는 라이터들이 자신의 재능을 묻히면서 까지 에로에 집착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라이트노벨 하나 잘쓰면 장기연재를 비롯한 팬덤 형성은 부가적으로 뒤따라오기 마련이고, 좀더하면 비쥬얼로도 승부할 수 있는 애니메 산업에도 뛰어들 수 있으며, 홍보를 비롯한 외부활동에 있어서도 보다 자유로워질 테니까요. 또한 수입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에로게 업계보단 훨씬 좋은 환경이구요.

    만약 제가 라이터이고 글을 쓰고싶고 다른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입장일 때 에로게냐 라이트노벨이냐를 고르라고 한다면 전 주저없이 라이트노벨을 고를 것 같네요.

    얘기가 너무 길어진 측면이 없지않아 있지만.. 결론은 이거에요. 인재공급이 여유롭지 못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에로게업계에 진출해서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관능소설을 끄적이고 있는 사람들보다 라이트노벨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작품을 연재하기 위해서 생각을 쥐어짜내는 글꾼들이 당연히 많지 않을까요?

    이런 순환이 반복되면 결국 명작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나오기 힘든 환경이 되고 .. 명작을 만드는 건 스토리를 읽어주는 사람들의 평가이기도 하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이 글을 써야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줄어들면 명작이 줄어드는 것도 ..

    그렇다고 에로게 시장이 어둡기만한 것은 아니고.. 제일 중요한 과제는 누키게=에로게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등식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는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점만 어떻게 해결해도 ... 랄까 말이 쉽지 실제론 쉬운일이 아니지만요 Orz...

    이 변화에 어느정도 힘을 실어준 것이 Key사 작품들이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내줌으로써 아..이런 것의 원작은 여기여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 조금 이미지 변화를 주긴 했다는건데.. 아직 부족해보이네요 [...]

    P.S : 타나카 로미오님! 크로스채널 이후로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라이트노벨 잘보고있어요 << [?]

    P.S 2 : 이 점에서 볼 때, 타입문은 대단하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네요. 존경해요. 시장논리의 지배자.
  • 하운나래 2014/11/08 21:37 #

    항상 양질의 댓글 달아주시는 점 감사드립니다.
    역시 제 글에서 논하지 못한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의 측면에서의 한계점을 잘 지적해주신 것 같습니다. 수요자의 휘발성 소비 행태라는 논점에서 벗어나는 부분이라 제대로 다루지는 않았습니다만, 지금의 에로게 시장의 현상은 에로게 업계 입장에서의 문제점도 엄연히 함께 다뤄야 하는 부분이지요. 구구절절 공감이 갑니다.

    지금도 물론 좋은 스토리를 가진 문학성과 예술성을 갖춘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작가나 회사에서 나오기보다는, 기존의 에로게 전속 작가들의 역량이 성장함에 따른 결과물인 것이 대부분이라 이것이 폭 넓고 장기적인 시점에서 봤을 땐 마냥 또 고무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결국 몇몇 메이저 업계만 남는 고인 웅덩이의,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건 아닐지...

    에로게는 '비주얼 노블' 형식이라는 많은 가능성이 담긴 특이한 플랫폼에서 형성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시작점이 '에로' 주류였기 때문에 '에로게=누키게'라는 어두운 인식을 기저에 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지금의 에로게 향유층에겐 많이 사라졌습니다만 역시 일반 문화 향유층에겐 지배적인 인식이라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는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부분은 깊이 공감이 되고 앞으로의 긍정적인 에로게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에로게 -> 애니메이션 化는 어찌보면 전체 에로게를 향하는 이미지 개선이나 활력을 불어 넣는 데에 꽤나 고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몇 년간 에로게 원작 애니화가 양적으로 팍 줄었었는데, 이번에 오리지날 타이틀이 3개나 방영되니 앞으로도 그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P.S. 타입문은 정말 그런 면에서 에로게에 있어서는 넘볼 수 없는 공헌자이기도 합니다. (웃음)
  • 플로리스 2014/11/08 22:17 # 답글

    그러고보니 애니메이션 업계도 요즘은 작화는 좋은데 완성도는 영... 이래서 B급의 시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에계 평작들만 판치는 수준이었는데 그런 와중에도 엄청난 작품이 몇개 있더라구요.
    그 중에 하나가 셀렉터 인펙티드 위크로스 → 셀렉터 스펙티드 위크로스로 이어지는 위크로스 시리즈.
    일부 팬층에서는 마마마급의 혹은 그 이상의 클리셰 파괴와 반전 요소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작품인데..
    부족한 시간 쪼개서 보고 있네요. 하운나래님도 시간나시면 한번 감상해보시는게 어떠신지!
  • 하운나래 2014/11/08 22:42 #

    언제나 '양산형'은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웃음)
    S, A급은 B, C급이 있어야만 돋보이는 불편한 진실이기도 합니다...

    언급해주신 작품은 좋은 작품이라 말은 많이 들었는데, 말씀하신대로 차근차근 쪼개서 보도록 해야겠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_^
  • icoul 2014/11/09 21:18 # 답글

    화앨2의 과대평가...
    개인적으로는 화앨2가 과대평가를 받았다는 점에는 조금 동의하기가 어렵네요.
    화앨2는 그림체에 작화붕괴가 꽤 있다는 점이 문제이긴 하지만 그 외에
    단순히 BGM, 시나리오, 시스템, 연출 등등을 봐도 여타 명작이라 평가받는 작품에 전혀 뒤지는게 없죠.
    여기에 추가로 화앨2의 장점이라면
    1. 에로게 역사상 극소수의 작품만이 가능했던 H씬과 시나리오가 완전히 조화를 이룬 순애게.
    보통 순애게는 H씬이 있어서 문제 혹은 없어도 아무 상관없지만...
    화앨2는 H씬이 없으면 오히려 곤란했죠.

    2. 비순애게 유저도 끌어들이는 시나리오.
    Key, 오거스트, 페이브릿, 풀탑, 나벨 등등의 순애게 회사 작품에 대해
    누키게, 능욕게 위주의 유저들은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졸려서 하기가 힘들다.
    일반적으로 순애게 유저가 즐기는 시나리오들은 타 장르를 주로 즐기는 유저들에게 상당히 지루합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취향차이이기 때문에 제작진의 문제도 아니며 플레이어의 문제도 아니죠.
    때문에 이 부분이 작품에 대한 마이너스 평가로 들어가지는 않지만..
    반대로 모든 장르의 유저들을 포섭할 수 있다면 이는 충분히 플러스 평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화앨2는 정말 진흙탕처럼 질척거리는 삼각관계로 타 장르 유저들에게도 큰 호평을 받은 작품.
    이는 당연히 플러스입니다.
    저는 리프라는 회사에 대해 별 생각이 없고 마루토 후미아키도 곤약 때 잠깐 본 게 전부이지만
    화앨2가 명작들이라 불리는 작품들과 최소 동등한 반열이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봅니다..
  • 하운나래 2014/11/09 21:37 #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일단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마지막 말씀이신 '화앨2가 명작들이라 불리는 작품들과 최소 동등한 반열이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봅니다.' 의 한 글자도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없다는 겁니다.
    이를 전제로, 재미있는 점은 icoul님이 말씀해주신 '화앨2'에 대한 고찰...바로 이러한 것이 화앨2를 명작으로 올려 놓은 겁니다. 이러한 고찰의 여지가 있고 또 뛰어난 작품성이 있기에 이러한 고찰의 내용이 있다는 걸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화앨2가, 그 작품 자체만으로 당대의 작품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명작'인가? 실은 화앨2가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은 팬덤과 수 많은 고찰 덕분이지 않나? 라는 문제제기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와 작가, 시리즈물이라는 네임밸류 덕분에 유저들이 더욱 빨려들어가고 더 '좋은 작품'이라는 팬덤이 (원래 좋은 작품입니다만) 상대적으로 다른 작품보다 더 부풀려서 뻥튀기 되었다는 부분에서 '과대평가'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수작' 이상의 작품들은 유저들에 의해서 '명작'으로 올라서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만, 결국 문화 콘텐츠는 어떤 면에서든 개개인에 따라 다르게 비춰진다는 것. 화앨2도 말씀하신 '질척거리는 삼각관계'를 그리기 위한 클리세로 어이없을 정도로 '연애'에 우유부단한 하루키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플레이어에게는 화앨2는 명작에서 졸작으로 추락합니다. 적어도 그 유저에겐 말이지요.
  • icoul 2014/11/09 21:42 #

    흠.. 당대의 작품들과 비교도 안되는 명작. 이라는 평가가 있나요.
    저는 메이저 커뮤니티는 안 가고 주위 10여명의 지인들과만 즐기는 부류라서 잘 몰랐지만
    만약 그런 얘기를 한다면 그저 '소수의 극성팬'정도로 보시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본래 키빠 리프빠 달빠를 3대 극성팬이라 해서 많이들 조롱하고 그로인해 오히려 안티가 생기고 그랬으며 화앨2는 그 '리프'의 작품이니까 말씀하신 팬덤에 의한 뻥튀기가 존재할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말씀하신 '취향' 이 부분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명작과 수작의 차이는 있지만 명작들 사이에는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명작이라 불릴 정도면 이미 엄청난 작품들이고.. 유저는 평론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 작품들사이에 어느게 낫고 어느게 별로다. 하는 건 정말 개개인의 '취향'에 의한 분류에 불과한 것 같아요.

    말이 쓸데없이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특정 작품에 대해 타 작품들과 비교를 거부하며 극찬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저 소수의 문제있는 극성팬일 뿐이라고 봅니다.
  • 하운나래 2014/11/09 21:55 #

    저도 말씀하신 부분에 공감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이미 인정받는 작품들 사이에서의 순위 싸움은 정말 무의미하지요.

    잠깐 용어에 대해 코멘트하고 싶은데, '명작'과 '수작'은 위 본문에서의 정의에서는 '명작'은 사람들에 의해 이름이 난 작품이기 때문에 작품성에 주목한 것이라기보다는 팬덤에 주목한 것이니 참고해주세요. icoul님께서 말씀해주신 '명작'과 '수작'이라는 용어의 개념에 합치되는 작품들의 수준을 나누게 되면 저의 경우에는 아마 '수작'과 '수작급'으로 대응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 수작들은 특정 유저들(팬) 혹은 대중들에게 충분히 명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되고요.

    까놓고 말해서 본문에 썼던 것처럼 대놓고 직설적으로 써서 충분히 까일만한 소지가 있는 글이고 말씀하신 그런 특정 그룹을 향한 저격의 의도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웃음)

    좋은 주말 밤 되세요!
  • 린트 2014/11/10 02:42 # 답글

    명작레벨까진 아니지만 당시 상당히 인지도 있었던 하츠유키사쿠라에 대해서 보면 유난히 평가가 많이 갈리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하운나래 2014/11/10 10:20 #

    하츠유키사쿠라가 아쉽게도 제 플레이 스타일 - 작중 주인공 혹은 히로인에 심리적 공감&일체화 - 과는 맞지 않는 작품이기도 했고, 또 주인공이 작품 내내 갖고 있는 '복수'라는 감정과 컨셉이 크게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아서 시나리오의 내용 및 구성, 장면들은 좋았습니다만, 주제 의식 면에서 어필을 크게 하지 못했기에 제 기준에서는 명작이라고 인정하기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다만 이제 '비주얼 노블'이라는 플랫폼 덕분에 굉장히 전하고자 하는 것이 '극대화'된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신비하면서도 몽환적인 '겨울' 분위기를 미즈츠키 료 씨의 압도적인 음악을 베이스로 적절한 그래픽, 연출, 구성을 통해 표현해낸 점이 유저들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유난히 평가가 갈리는 이유는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과 포인트를 주는 부분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까요. 시나리오의 수준을 더 중점적으로 따지는 소위 '작품성' 게이머들에겐 하츠유키사쿠라는 주로 이야기 부분에서 완성도의 허점이 조금 많게 보일 것이지만, 그에 비해 작품에 몰입하고 그 작품에서의 전반적인 '필링'을 중시하는 게이머들에겐 하츠유키사쿠라가 표현하는 세계와 체험은 명작레벨로 분류될 수 있을 겁니다.
  • 광제아 2014/11/13 00:27 # 답글

    확실히 10년 전과 비교했을때 시장도 유저들의 소비 방식도 변해버린게 현실입니다만(10년전이라고 해도 04년밖에 안되는게 살짝 충격) 저는 '명작이 없다' 라는 사태를 다른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과거의 에로게는 영화와 소설의 연장선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게임의 다른 부분(비주얼, 사운드 등)은 시나리오를 부각시키기 위한 연출 장치에 불과했고 그렇기에 시나리오적으로도 다양한 시도와 집중이 이뤄질 수 있었죠.
    그것이 현대에 와선 좀 더 게임이라는 에로게의 본질적인 면에 집중하게 되고 일반콘솔 게임시장에 지지 않을 정도의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고 봅니다.
    과거와 현대에 대해 우열을 붙이고 싶진 않은데 문제는 유저들의 평가기준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죠. 요즘엔 에로게 10~20년 한 유저 찾는건 어렵지도 않은데 이쪽 유저층이 최근의 에로게 트렌드를 비판하면서 요즘 유저층과 충돌하는건 2ch등에서도 자주 보이는 일이죠.
    이렇게 유저 사이에서 평가 기준이 서로 다르기에 전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이 글에서 지적하는 명작을 만들 여건이 안된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대가 바뀌었으면 명작의 기준도 바뀌어야 하며 바뀐 기준에서 봤을때 명작은 얼마든지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네요.

    p.s. 글은 진작 봤는데 생각을 정리하는게 좀 걸렸네요.
    뭐 생각이 다른건 다른거고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스낵컬쳐라는 단어는 그야말로 최근의 유저층을 제대로 나타내는 단어 같네요.
  • 하운나래 2014/11/13 00:56 #

    좋은 댓글 잘 읽었습니다. 위 글을 어떤 방향으로 읽으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광제아님의 댓글에 담긴 생각에 크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아무래도 글의 주된 논지가 스낵컬쳐로의 트렌드 변화 -> 휘발성 소비의 증가, 콘텐츠 소모의 가속화 -> 주체적인 고찰의 필요성 제기(3번) 이기 때문에 엄연히 현재라는 하나의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중에 하나이고, 광제아 님의 댓글 역시 타당하고 납득할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글이 현상의 원인은 온리원 이라는 뉘앙스가 강했는지도 모르겠군요ㅜ.ㅜ)
    다른분들이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신 것처럼 지금의 현상이 있게 한 것은 에로게 콘텐츠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소비자 측면과 공급자 측면의 문제, 그리고 지적해주신 시대 변화에 따른 세대 간 공감대 형성의 어려움 등의 여러 방면에서의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어떻게 보면 그러한 유저들 사이에서의 건강한 충돌들은 에로게 업계 발전에 분명 필요하고 또 긍정적인 자극제가 될 것으로 봅니다. 어디까지나 제작사들은 유저들의 피드백과 반응들을 살피며 게임 제작을 하는 것이니까요. 타국의 것이기에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다 하더라도 이 시간과 자리를 빌어 에로게에 대해 고찰하고 논의한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이나마 에로게 유저들의 게임을 바라보는 건강한 인식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이 논지의 글에 이어서 새로운 글을 준비하고 있는데, 광제아 님의 댓글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군요! 시대가 바뀌면 명작의 기준도 바뀌어야 하는 건 역시 필요한 부분이며, 이를 위해서는 언급해주신 '에로게의 본질적인 면'과 그 플랫폼의 특징 또 종래의 '명작'들이 갖는 특징(시나리오면)이 무엇인지도 올바르고 또 깊이 있는 시각으로 고찰해보야아 합니다.

    늦은 시간에 양질의 댓글 감사드리며, 좋은 밤 보내시길...!
  • 2014/11/22 18:25 # 답글

    에로게 플레이어의 한 사람으로써의 의견을 남기고 갑니다. 옳게 이해했을런지 우려되지만 부족하나마 제 짧은 지식으로 이해하기로는 부제3의 내용이 본인께서 말씀하고싶어하시는 이 글의 핵심이라 보았습니다. 특히, 본인께서 본문 안에서 재차 정의하신 2차 창작(리뷰 등) 에 관해 중요히 생각하시는 점 인상깊더군요.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저는 그에 동의하지 쉽지 않았습니다. 주인장께서도 본문에서 언급하셨다시피 최근을 흉작, 명작의 전무 라 부르는 분들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더불어 꺼내는 경우도 잦죠.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지나간 과거에 대한 미화 탓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섣부르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언급하신 화앨2의 경우, 나름 최신작이죠. 2차 창작들, 저는 단순히 리뷰 등에 국한시키지 않은 ucc라 부르고 싶습니다만, 이 충분히 그 성공과 평가에 영향을 미쳤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더 과거를 돌아보시면 인터넷이 그렇게 보급되지 않았고 ucc가 그렇게 대중화되지 않았던 과거에도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 명작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익히 아시고 계실겁니다. 그것들은 도대체 누구의 덕으로 명작의 반열에 오른 것일까요?

    저는 당시 명작을 명작으로 만든 것은 다른 것이 아닌 작품 자체일 뿐이며 그것은 현재도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ucc 와 유저의 계층의 힘을 빌려 명작으로 평가받는 일이 가능이야 하겠지만 그걸 우린 정말 명작이라 불러야할까, 예전에 외부 요인 없이 작품 하나의 힘으로만 승부했던 그때와 비교하면 빛이 퇴색되어보이는 듯한 느낌을 저만 받는 것일까요. 그러한 관점에서 현재 명작이 없다 하시는 다른 유저분들의 마음을 바꾸는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에로게를 스낵 문화로써 대하는 현 관점의 변화' 가 아니라 결국 그런 유저도 껴안고 감명받게 할 수 있게끔 에로게가 변화의 의지를 가져야한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주인장께서는 스낵 문화를 언급하시며 너무 단시간안에 향유하려 하고 고찰이 부족한 유저를 일견 지탄하시는 듯이 보였습니다만 트렌드란, 언제나 변화해왔습니다. 비단 이런 취미계층만의 이야기가 아님은 알고 계실겁니다. 그리고 그 변화과정이 현 업계에 별로 득될 게 없는 방향이라고 해서 이미 그리 흘러가는 흐름을 유저가 조정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소비층이 창작층으로써의 행동을 겸할 수도 있겠지만 소비층의 본연의 자세는 소비, 그들에 있어서의 창작은 그저 +@일 뿐이지 않습니까? 기본적으로 어느 업계가 건실하다라고 하려면 소비층에게 창작을 요구하는 일 없이 소비층은 그저 '소비' 만 하더라도 잘 굴러가야 하지않겠습니까? 만약 유저에게 작품의 완성도와 지위를 위해 무언가를 요구하고 강요해야하는 업계라면, 이 이야기로 맞추면, 유저가 행동하지않으면 '명작'이 나오지 않는 업계라면, 그 업계는 심하게 말해서 망해도 할 말 없다 생각합니다. 과연 유저의 입맛의 변화를 깨닫고 그에 맞춰 생존할 수 있도록 에로게 업계가 얼마나 혁신을 꾀했는가, 과연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어도 이 쇠락세를 막을 수가 없었는가? 라고 묻고 싶습니다.

    현 시대의 유저에게도 정통으로 먹히는 '명작' 은 따로 존재할 것입니다. 그저 예전의 유저들에게 잘 먹혔던 과거의 '명작'의 굴레에 갇혀 너무나도 안정적인것만을 추구해온것은 아닐지, 새로운 혁신적 시도와 모험을 통한 자신들의 발전을 등한시해온 것은 아닌지. 만약 그러한 행동이 수반되지않고있다면 명작의 타이틀은 결국영영 잃어버리고 사라져도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콜럼버스의 달걀은 두번째 시행부터는 그저 달걀낭비일 뿐입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 하운나래 2014/11/22 21:09 #

    위 글의 주된 논지는 '잘 만든, 좋은 작품'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현대의 '스낵 컬쳐' 트렌드가 유발하는 휘발성 소비 행태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소위 '명작' 이라고 불리는 것은 '주체적인 고찰'이 아니면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기에 콘텐츠 소비자(수용자) 입장에서 주체적인 고찰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지 '명작'이 무엇이고, 어떻게 정의하느냐, 또 어떻게 봐야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말씀해주신 '명작'을 바라보는 관점, 아니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은 저마다 다를 수가 있습니다. 개개별 수용자 나름의 작품론과 작품관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크게 생산적이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작품 자체'라는 말입니다. 외부 요인을 제쳐두고 '작품 자체'에만 주목하는 것은 과거의 관점이며 지금과는 맞지 않는 관점입니다. 아무리 완성도가 높고 잘 만든 작품이라도 널리 수용되지 못하면 도태되고 주목받지 못하여 사람들 사이에서의 '명작'으로 취급받을 수 없습니다. 소비자를 향하는, 수용자를 향하는 '작품'은 언제나 '수용자'를 전제로 합니다. 말씀하신 '작품 하나의 힘'. 그 작품 하나의 힘을 발견하는 것은 수용자이며 리뷰어(평가자)입니다. 이는 시대를 관통하고 변치 않는 진리입니다. 지금은 그저 그러한 소통의 활로가 더 자유로워지고 활발해졌다는 것일 뿐이지, 과거에는 '없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에는 또 주목할 만한 작품성을 지닌 숫자 자체가 워낙 적었기에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습니다.

    물론 말씀하신 의도가 무엇인지는 압니다. 시대를 관통하고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니는 훌륭한 작품은 역시 존재합니다. 이를 폄하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제 글에서도 있듯, '좋은 작품, 잘 만든 작품'이 되기 위한 작품론적인 필수 가이드라인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엉망진창인 쿠소게를 누군가가 이 작품은 대단한 명작이다! 라고 하면 누가 인정해주겠습니까.

    이런 측면에서 '비주얼 노블'이라는 플랫폼의 핵심이 되는 '시나리오'의 댜앙성, 모험 등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인 활력은 떨어진 건 사실이고 일면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를 지닌 작품이 적어졌다는 인상이 있습니다만 절대적인 양적 측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낵 컬쳐 시대의 문화 콘텐츠는 양적으로 과거와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과거 1달에 10 작품이 나왔다면, 현재는 1000 작품도 나옵니다. 에로게도 마찬가지지요. '좋은 작품'의 비율이 줄은 것이지, 그 좋은 작품의 숫자는 매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문제는 우리 플레이어들이 '제대로' 보는 힘을, 그런 여유를, 방식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지요.

    현 트렌드에 대한 말씀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 트렌드가 '건강하고' 생산적인 향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나쁜 것'이라면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부분인데 이를 부정하시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체성이 발휘되기 어려운 스낵 컬쳐 시대에서 주체성을 갖는 것이 트렌드, 흐름에 왜 역행한다고 보시는지요. 주체성은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현 스낵 컬쳐 시대에 맞는 주체성이 가능한 겁니다. 이 말씀은 제가 과한 해석이 아니라면 괜찮습니다만 넓게 생각해보면 저의 단평이나 주체적인 관점에 따른 작품의 해석들을 모두 부정하는 것처럼 들려서 조금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물론, '소비'만 하더라도 잘 굴러간다면 이상적이지만 ‘더더욱’ 나아지기 위해서 바로 수용자와 생산자간의 '피드백'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가히 '피드백'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금의 현실태와는 말씀하신 부분은 다소 맞지 않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유저의 입맛의 변화'를 깨닫기 위해서는 상호 피드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피드백이 말씀하신 ucc가 되는 것이고요. 업계가 건실한 것은 각자의 맡은 바 역할을 다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그 '피드백'도 중요한 역할에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오히려 피드백이라는 상호작용이 있어야만 '더 잘 굴러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겠지요. 참고로 지금의 많은 에로게는 아이러니하게도 ‘판매량’이라는 소비자들 본연의 행위로 인해 과거와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업계인에게 있어 판매량은 작품 방향성을 결정짓는 데에 무척 큰 영향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유저에게 작품의 완성도와 지위를 위해 무언가를 요구하고 강요하는 업계' 발언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제 글의 뉘앙스를 이렇게 받아 들이셨다면 제 글이 부족해서 그런 거입니다만, 세상에 어느 업계가 생산자, 창작자의 의무를 저버리고서도 활력을 띨 수 있다는 말인지...지금의 에로게의 현상 문제, 소위 '명작'이 나오지 않다고 인식되는 현상은 다른 분들의 댓글들처럼 매우 복잡하게 여러 요인들이 얽혀 있습니다. '슈' 님께서는 그 책임을 너무 창작자에게만 몰고 가시는 인상이 있는데, 저는 창작자뿐만 아니라 수요자, 그리고 지금의 패러다임과 사회 현실 등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고 봅니다. (위 논지의 글에서는 수요자 측면을 다룬 겁니다.) 그리고 정말로 지금이 그 '쇠락세'인지도 묻고 싶군요. 제가 보기엔 '쇠락세'라고 판단하기엔 본문에서처럼 근시안적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작품들에도 과거보다 오히려 더 뛰어난 완성도를 지닌 작품들이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과거 ‘명작’의 미화된 굴레에 갇혀, 수요자들의 휘발성 소비 행태로 인한 주체적인 고찰들의 부재 등으로 인해 그러한 작품들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는 현상을 종종 목격합니다. 결국 ‘명작’으로 인정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입니다. 창작자의 최선은 그저 ‘명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잘 만든,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에 있지 그들이 명작의 타이틀을 건져 올리는 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cf> 참고로 14년도에는 ‘아스트라에아의 하얀 영원’이란 작품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겠지요?)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 2014/11/23 00:04 #

    답변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우선, 말씀하신 지금과 맞는 관점이다. 맞지 않는 관점이다 라는 부분이, 제게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주인장께서 바로 윗 문단에서 언급하신 말을 그대로 돌려드리자면 어떠한 작품의 '완성도'를 판단하는 것도 개개별 수용자 나름의 관점과 기준에 따라서가 아니겠습니까? 결과론이라고 비판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현대 소비자에게 수용되지 못하고 도태된 작품들은 '완성도가 높을지 몰라도 잘 만든 작품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쪽입니다. 소비자의 책임론을 언급하신 주인장께서는 불편하실지 모르겠으나 작품의 의미나 뭐나 발견하는 책임을 소비자에게만 돌리시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작품은 정말 예술적인데 세상이 날 이해하지 못한다' 라는 모든 시대의 예술가들을 보는 것 같네요. 흔히들 예술을 이야기할때 관객과 작가는 작품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화를 한다고들 합니다.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를 한다, 대화입니다. 상대가 듣건 말건 일방적으로 떠드는 이야기는 아무도 대화라고 부르지 않지요. 우리가 지금 나누는 이야기에서는 에로게 라는 '작품'을 두고 양쪽에 선 '창작자' 와 '소비자' 가 되겠군요. 제 질문은 이겁니다. 과연 에로게의 메이커들은 더 직관적이고 이해가 잘 가는 전달을 위하여 얼마나 노력했는가. 과연 '스낵컬쳐' 만의 탓일까? 정보화로 인해 간소화와 직관화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사회풍조에서 '창작자' 들도 논외는 아닌데 너무 구식을 고집한건 아닐까요? 정말 좋은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유저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그럼 그것은 소비자보다는 창작자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실패작이다, 숨은 명작이 아닌. 전달 과정에 에러가 있던 물건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혹은 유저들은 정말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던가, 이 점 또한 개개인의 관점이 다르니까 그냥 가능성의 영역으로만 남겨두겠습니다만 어느쪽이었건 작품 자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나만 이야기하면 뭐하겠습니까, 상대가 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을 해야지요. 뭐 솔직히 말해서 제 기준에서는 최근 에로게는 이해해도 별로 재미 없었다쪽이 더 많았지만 설령 재밌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것을 남(소비자)이 알아주길 바란다면 전달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완성도가 높은 이야기' 가 '좋은 작품' 인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완성도가 높은 이야기가 좋은 작품과 일치했던 시대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간소화와 직관성이라는 점을 생각할때 저는 완성도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계속해서 유저들의 흥미를 초입부터 끌어당겨 계속된 흡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더 높게 칠 것 같네요.

    그렇기때문에 '좋은 작품'의 수에 관한 이야기에도 저는 이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장께서는 지금이나 예나 나오는 좋은 작품의 절대수가 변하지 않았다고 하셨는데요, 과연 좋은 작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말씀을 나눠보고 싶습니다만 제 관점을 설명드리자면 에로게에서, 혹은 이쪽 문화에서 최우선으로 치고 중요시 하며 즐기는 것은 역시 시나리오의 독창성입니다. 시험적 시도라고도 할 수 있지요. 헌데 근 몇년 간. 글쎄요. 그렇게 인상깊은 작품은 보지 못했습니다. 화앨2도 고평가하시는 분들은 매우 고평가를 하고 계시지만 제겐 그냥 그럭저럭 좋은 작품이란 느낌이었고요. 왜냐, 이것이 화이트앨범이라는 작품이 나오기 전에 나왔더라면 매우 신선한 시도였겠지만 화앨2의 경쟁자는 다름이 아닌 전작 화이트앨범1이고 이미 그쪽에서 이루어진 많은 시도가 재차 반복되는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게있어 화앨1때만큼 신선하지 못했기에 저는 그것을 그만큼 고평가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것과 같이 나중에 나오는 게임들은 예전에 흥한 '명작' 들을 참조로 삼는 것이 가능한 동시에 그것들을 뛰어 넘어야하는 무거운 숙제가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창작자들은 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냥 예전의 '명작' 혹은 '인기작' 과 동급 정도로만 만드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가 매우 아쉽습니다. 이 업계는 이제 점점 안정적인걸 추구해간다는 느낌이 강해요. 주인장말씀처럼 그런게 더 팔리는 '판매량'의 유도도 상당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래서야 변화란 기대하기 힘들죠. 언젠가 우린 매년 학원순애물만 하게될 지도 모릅니다. 오해하실까봐 부연합니다만, 학원 순애물이라는 장르에 대한 비하는 아닙니다. 다만 그게 메이저하고 가장 안정적인 수익과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는 점. 리스크가 적은 검증된 모험이라는 것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주인장께서 제게 너무 창작자에 책임을 묻는다고 하신 것처럼 저는 역으로 주인장께서 소비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진정한 명주는 술에 대해 무지한 사람 조차도 한 방울 혀에 대는 것 만으로 그 진가를 맛본다고 합니다. 진정한 '명작'은, 취향도 고찰도 뛰어넘어 딱 플레이했을때 이것은 명작이다. 라고 누구나 느낄 수 있어야 할 그런 작품이 아닐까요? 그 안에는 별 생각 없이 플레이 하는 유저 역시 있을거고 그들 또한 플레이어의 하나 임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쪽 한국 커뮤니티만의 문제도 아니요, 일본 쪽도 마찬가지로 예전마냥 모두가 목놓아 인정하는 '명작' 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소비자가 변했다고 하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긴 답변 감사합니다. 주인장님의 말씀 덕분에 저도 많은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네요. 제게 시간이 부족하여 언급 주신 내용 중 일부에 대한 말씀을 불가피하게 생략한 점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제 첫 댓글중에 오해를 낳은 구문도 있는 것 같은데 그걸 풀기보다는 먼저 윗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습니다. 내일 여유가 생길때 재차 조금 더 이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하운나래 2014/11/23 02:41 #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건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슈님께서 수용자보다는 창작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책임을 내리는 관점을 갖고 계시고 그것이 결코 그르다는 것이 아닙니다. 참고로 저는 ‘절대로’ 수용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말을 한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저 또한 창작자에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단 한번도 ‘소비자의 책임론’을 거론한 적이 없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니 당황스럽습니다...현상은 다분히 복합적입니다. 올바르게 봐야 하는 것은 그런 부분이지요. 제 본문의 내용이나 윗분들의 댓글을 여유 있게 차근차근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똑같은 말의 반복입니다만, 지금 '슈'님께서 그렇게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미없다고 느끼시는 이유를 주로 창작자에게 찾고 있으신데, 그게 틀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의 그 현상은 '다양한' 원인이 있고, 그 원인 중에서 스낵 컬쳐에 길들여진 우리들의 휘발성 소비 행태도 한 몫을 하고 있으니 정말 내가 해당 작품을 제대로 즐겼는가? 좀 더 많은 것이 담겨 있는데 지나친 건 아닌가? 혹여라도 엉뚱한 것에 시선을 빼앗겨 혹평하지는 않았는가? -- 주체성의 고찰을 통해서 ‘자신 만의’ 무언가를 그 작품에서 찾아보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지 저는 이 글을 통해서 무엇이 명작이고 어떤 조건의 작품이 명작인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닙니다. 또 그런 논의들은 합의를 보기 어렵습니다. 개개인의 작품론은 타인이 간섭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설령 그것이 미숙하든, 성숙하든 말이죠. 스스로 발전시켜 나가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써주신 부분들은 슈님의 관점이고 의견이기 때문에 제가 따로 코멘트를 달 부분은 없고, 감상-수용에 있어 잘못된 부분이 있어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신 대화의 예시입니다. 대화는 A와 B의 상호소통과정인 것이지, A에서 B로의 발화, 전달이 아닙니다. 슈 님의 관점은 대화라기보다는 일방적인 발화, 전달의 관점에 가깝고, A를 창작자라고 한다면 창작자 – 듣는 내가 재미없고 못 듣겠으니 네 잘못이야! 라는 태도의 뉘앙스가 풍깁니다. 왜 하필 말하는 사람인 창작자에게‘만’ 책임을 물으시고 듣는 사람, 소비자에겐 전혀 과가 없다는 태도인지 잘 이해가 가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이 잘 알아 듣기 위한 발화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기 위한 듣는 사람의 노력도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예술 작품을 수용할 때, 수용자 입장에서의 노력이라는 건 충분히 필요한 요소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 우리가 아름다운 미술품을 감상할 때 아무것도 전혀 모르고 간 상태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당대 미술 작품의 지식을 함양한 상태에서 이 작품이 어떤 상황에 어떤 가치를 품고 있는지를 알고 난 상태에서 그 작품을 본다면 전혀 모른 상태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후자의 아름다움도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입니다.

    그러한 고찰에의 노력 — 이러한 것들이 ‘너무 많이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제 글은 슈님께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블로그 이웃 분들 중에 한 분은 제 글을 보시고 다시금 과거 작품을 리플레이 하며 고찰, 리뷰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하셨고 스낵 컬쳐의 휘발성 소비의 행태에 스스로 찔리며 앞으로는 고찰의 시간도 빼놓지 말아야겠다며 자기반성의 피드백을 해주신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창작자의 입장, 단적으로 ‘남탓’을 하기보다는, 우선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부분은 없나, 우리들이 부족하거나 과오가 있다면 그것을 극복하고 올바르게 하는 건 인지상정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 것이지, 명작이 없는 건 수용자 탓이야! 라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 – 플레이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한다면, 플레이어는 수용자이기에 결국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우리들의 태도입니다. 아무리 남탓 – 창작자탓을 해봤자 불평에 불과합니다. 발전의 가능성은 남탓이 아니라, ‘제탓 – 자기반성’에 있는 것이고 저는 그러한 우리들이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랍니다. 감상의 수준의 향상이, 증진이, 아는 것이 많아진다는 즐거움이, 모두 주체적인 고찰에서 온다는 그 즐거움을 만약 아시게 되면, 아마 생각은 또 바뀌실지도 모르겠지요. 저는 그러한 즐거움을 스스로 발견하고 있고 개별 작품마다 본인 나름대로의 해석과 관점으로 올바르게 ‘통찰’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창작자의 의도는 무엇이며 왜 이렇게 만들었나 — 이를 가만히 생각하면서 작품을 음미하면 또 다르게 다가오며 개별 작품의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지요. 이건 무척 즐거운 일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가능한 일입니다. 그 누구나 가능한 일을, 함께 하자고 하는 글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노력이, 그리고 제 시도가 바보처럼 느껴지시는지요?

    만약 제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데도 의미와 가치를 그리고 즐거움을 지금의 에로게에서 더 이상 느끼지 못했다면, 본문의 글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제가 굳이 세밀하게 평가해가면서까지 작품을 바라보지 않고 그저 편하게 즐기는 것에서 만족을 했겠죠?

    마지막으로, 에로게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취급하신다면, 말씀하신 ‘진정한 명작’ -- 절대적 패왕 — 취향도 고찰도 뛰어넘는 누구나가 ‘딱 플레이 했을 때 이것은 명작이다’라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은 절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목놓아 인정하는 명작? 그것을, 여전히 ‘슈’님께서도 ‘과거’와 ‘예전’에서 찾고 계시는데, 그런 게 정말 있는지도 의심스럽고, 어떤 작품이든 취향에 맞지 않고 재미없다고 느끼기 마련인데 만약 상대적으로 거기에 가까운 작품이 있다면 그것은 일련의 팬덤이 형성되어 있고, 대중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 되겠지요. ‘어디까지나 대중적’으로요. 또 그렇게 인정받는 건 작품 자체가 뛰어나는 내적 요인도 있지만 그 당시의 상황과 환경이 그렇게 만든 부분이 큽니다. ‘진정한 명주’의 환영에 사로잡히는 건 제가 보기엔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데에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명주란 자기 입맛에 맞는 자기만의 술이라는 점이지요.

    저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이론적인 부분의 논의도 나름 중요하고 의의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더 중요한 것은 눈앞에 놓인 개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BEST 에로게 파헤치기! 시리즈의 포스팅을 하는 이유도 그런 생각에서이고, 그런 ‘잘 만든’ 개별작품들을 통해서 진정으로 ‘에로게’라는 플랫폼에 걸맞는 작품은 무엇일까, 라는 고찰에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이 글뿐만 아니라 플레이하신 작품이 제 단평 목록에 있다면,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개별 작품에 대한 의견 교환이 저에겐 더 반갑기도 하고요.

    밤늦은 시간까지 댓글 달아주시느라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cf> 문화예술사조의 흐름 중에서 슈님과 같은 관점을 취한 시대가 있습니다. 허나 그건 옛날의 일이고, 지금의 문화 환경과는 맞지 않지요. 때문에 제가 첫머리에 지금과는 맞지 않는 관점이라고 언급한 것입니다. 포스트모던의 현재사회는 절대적 가치의 붕괴와 탈피에 가치가 있습니다. 특정 하나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고, 개개별로 무수히 의미와 가치가 달라집니다.
  • 환상그후 2015/05/25 22:32 # 답글

    명작을 만들어가는 것은 그것을 명작이다라고 판단하게 만들만한 최소한의 기초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감안한 뒤, 위 카넬리안 디렉터의 발언을 생각해보면 소비자에게 돌려서 일침을
    놓으면서도 그런 소비자의 눈에 맞추기만 해서 팔기만 하면 된다 생각하는 창작자들에게 비수를 꽂으려는
    한마디 일겁니다.

    나머지 부분은 동감하는 부분이 많네요. 결국 누군가가 A가 최고야 라고 말한다 할지라도 그걸 받아
    들이는 것은 자기 자신이고 그걸 졸작이나 명작으로 구분하는 것도 결국엔 자기 자신이니까요.
  • 하운나래 2015/05/25 22:43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유저들을 만족시킬 수 있고, 대중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완성도와 퀄리티가 보장된다면 그 후에는 플레이어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 슈가프리즘 2015/07/14 23:32 # 답글

    골든 매리지, 저거 진짜 명작이죠. 스낵컬쳐라는 단어를 설마 에로게와 연관시켜 쓴 글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D 유포리아, 골든 매리지, 플라워(에로게는 아니지만) 등 잘 만든 에로게가 요즘도 꾸준히 나오고 있긴 하더라구요. 근데 유포리아 말고는 예전만한 파급력은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미즈이로, 소레치루 등등 많은 작품이 꾸준히,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는데 요즘은 왜 이런 작품이 없을까? 라고 저도 마침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 작품들이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는 유저들이 꾸준히 그 콘텐츠를 다 즐긴 이후에도 소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네요.

    피아캐롯이 갑자기 너무 그리워서 피아캐롯1부터 다시 정주행해보려고 1을 다시 설치했는데, 예전만 못하더군요. 시나리오도 그렇고, 게임성도 그렇고. "아 이런게 바로 추억 보정인가...?" 싶은 요즘, 저도 마침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답니다. 이제 에로게를 입문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유스티아같은 작품들이 추억 보정을 받고 향후 오랫동안 기억속에 남겠죠?

    블로그에 정말 좋은 글이 많네요. 링크 하고 꾸준히 읽겠습니다.
    오거스트를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유스티아 재밌나봐요?
  • 하운나래 2015/07/15 00:45 #

    댓글 감사합니다!

    작년에 쓴 글이라 허점도 많고 해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로게뿐만 아니라 최근 대부분의 모든 문화 콘텐츠의 소비 행태다보니, 에로게에도 이 현상을 적용시킬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발상에서 출발했습니다.

    아무래도 과거와 비교해서 에로게의 트렌드도 많이 바뀌기도 했고, 이래저래 새로운 시도는 과거에 비해 많이 나옵니다만 과거에 비해 '압도적'으로 뛰어나지 않는 이상 홍수처럼 매달 쏟아지는 작품들과의 경쟁에서 돋보이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과거의 몇몇 게임들은 마냥 과거 미화로 정리될 수 있는 게임들은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또 분명하게도 그런 팬덤들은 유저들에 의해 만들어진 부분이 크기 때문에 지금하고는 여러 방면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피아캐롯도 당시엔 선풍적이었었고, 또 먹혔던 이유가 다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이처럼 팬덤뿐만 아니라 당시의 상황과 떼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 글에는 없는 내용일진 모르겠습니다만 역시 시대의 트렌드와 상황에 따라 작품의 판단 기준도 계속 변화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예익의 유스티아>는 지금의 트렌드와는 또 살짝 맞지 않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역시 감히 '명작'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들은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것만의 무언가를 갖고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엔 <예익의 유스티아>를 비롯한 몇몇의 작품이 그렇다고 봐요.

    서브 컬쳐나 에로게와 관련된 제 생각만 두서 없이 나열된 블로그라 장황한데, 잘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슈가프리즘님의 이글루스도 링크 따라 가봤습니다만 제가 모르는 분야의 좋은 글들이 많네요. 저도 꾸준히 읽도록 하겠습니다.

    P.S.) 에로게 업계들 중에서도 인정할 만한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만, 저는 AUGUST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들이 만드는 세계와 이야기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곧 나올 신작도 무척 기대중이기도 하고요. <예익의 유스티아>는 플레이 해서 후회하지 않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유와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해보시길...!
  • 레티 2015/10/23 03:58 # 삭제 답글

    이전에는 한 작품에 깊이 파고들어 '이것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것인가' 에 대한 고찰을 할 시간이 있었는데 반해 요즘은 너무 많은것들이 쏟아져 나오다보니 어느 하나에 집중을 하고 고찰할 시간이 조금 부족해 진 것 같습니다.

    저도 한 작품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것 보다는 여러 작품에 접하는 것을 더 중시하고있는 면이 있기도 해서요. 제 성격이 급해서 그런것 일지도 모르지만 한번 해 본 작품을 다시 하면서 느끼는것은 처음에 했을때는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왜 이럴까? 라는 것 입니다.

    기본적으로 한번 했던 작품은 기억에 남아있으니 하다보면 내용도 생각이 나더라구요... 처음 했을때 이해를 못하면 여러번 봐서 이해를 해야되는것은 맞으나 요즘같은 시대에 꼭 이게 아니더라도 할건 많은데 꼭 이걸 다시 해서 이 작품이 우리에게 무슨 내용을 전달하려고 하는 것일까 를 이해해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들어서 대부분 다시한번 곱씹어보려고해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끝까지 한다 해도 오히려 몰입을 할 수 없어서 별 결과도 얻지 못하구요. 물론 개인적인 특성이 있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시대에 따라 이것저것 변해가는것은 있겠지요. 그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흐름을 거슬러 무언가를 만들어 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꼭 좋은것일수는 없구요. 만드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만들었는가. 이 부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을 해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에 대한 부분이 더 중요한것 같습니다. 아무리 잘 만든 작품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전해지지 않는다면 벽보고 대화하는것과 같은 일이겠지요. 명작이라는 것들은 그것을 잘 전달해 낸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은 다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떤 한 작품을 두고 명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그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두서없이 이것저것 너무 막 말한것 같아서 잘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글 정말 잘 봤습니다.
    좋은 글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던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하운나래 2015/10/23 21:09 #

    양질의 댓글 감사합니다. 전체적으로 공감이 되는 말씀입니다.

    언급하신대로 과거에 비해 서브 컬쳐가 양적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기도 해서, 아무래도 즐겨야 하는 게임의 수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소비자(유저)들의 성향도 그에 맞춰 바뀌기 마련입니다. 그런 변화에 따라가 유저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게임이 또 새로운 '명작'으로 거듭나는 것이겠지요. 시간과 세월, 트렌드의 흐름을 거스르자는 것보다는, 이런 트렌드일수록 더욱 자신만의 확고한 시각과 흐름에 맞느 올바른 기준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소위 '명작'이라 불리며 평가되는 작품군은 캐러게 트렌드로 본격적으로 에로게 업계가 바뀐 11년도를 전후로 하여 눈에 띠게 줄어든 건 사실이고 이는 열화되는 업계 측에도 문제가 있습니다만, 유저 입장에서는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올바른 평가 기준과 '명작'을 보는 눈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겠죠.

    에로게는 엄연히 '게임'이고, 과거와 같이 단순한 ‘비주얼 노블’ 식의 '이야기물'로서만 평가되어서는 이제 안 됩니다.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했는지를, 에로, 그래픽, 음악, 게임 시스템, UI 등을 올바르게 판단하고 받아들여야하지 않나 싶어요. 케케묵었지만 절대적이기도 한 평가 기준인 '시나리오'는 물론 중요하지만, 오직 그것만으로 평가되기엔 '종합 콘텐츠'인 에로게가 아깝다고 봐요. 어떤 부류에서건 객관적으로 잘 만든 완성도 있는 작품은 과거나 지금이나 드무니까요. 문제는 지금에도 충분히 잘 만든 작품이 있음에도 과거의 잣대로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는 것들이 몇몇 있다고 할까요. 과거는 과거의 것이고, 현재는 현재의 것이니까요. 물론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명작은 그에 걸맞는 이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유의 기준을 미화시키고 자꾸만 지금에까지 가져오는 건 또 안 되겠지요.

    뭐, 설령 이런 식으로 평가 기준이 바뀌어야 된다고는 해도 역시 유저들의 '체감'과 성향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과거부터 에로게를 쭉 해오신 소위 '스토리게' 지향의 분들에겐 과거와 비교하면 최근의 트렌드의 게임들이 영 못마땅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축구로 치면 서브컬쳐에서 에로게가 담당하는 '포지션'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런 분들은 과거의 게임들을 계속 찾아 하시거나 종종 나오는 최신의 스토리게 위주로 하시면 되고, 캐러게를 선호하시는 분들은 지금의 트렌드를 즐기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어쨌건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좋은 작품’을 찾을 수 있다면, 그런 작품을 찾기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면,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충분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작품이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만의 ‘명작’이 되겠지요.

    저도 글 자체가 작년의 것이기도 하고, 1년 사이에 저 또한 관점이 변화된 부분도 있어서 댓글의 내용이 본문과 살짝 어긋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분히 이상적이고 어느 정도의 의식 각성을 촉구(?)하는 글이다보니 허점이 많은데 (웃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 레티 2015/10/24 01:30 # 삭제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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