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노을의 안식처


낙원추방 (楽園追放-Expelled from Paradise-, 2014 Japen) 단평 -- 애니메이션 감상



 ** 추천도: ★★★★


 1. 간결한 스토리 라인과 인상적인 상상력, 그리고 분명한 메시지 전달의 조화
## 아래 내용은 해당 작품에 대한 일부 내용누설이 있습니다. 해당 작품을 시청한 분에 한하여 각 소제목 이하 내용을 읽어주세요.
 1-1. 알기 쉬운 상징적인 이분법적 대립 구도를 사용함으로써 짧은 러닝타임의 간결한 스토리 라인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거창한 세계관이나 설정을 뒤로 제쳐두더라도 관객들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을 유도해내는 데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전뇌 세계(디바)에서의 사이버 인격 vs 육체의 한계를 지닌 인류
 지구를 벗어난 우주 공간에 위치한 디바들의 공간(낙원) vs '나노 해저드'라는 재해와 기후 변화로 인해 쇠퇴해버린 지구(지옥)
 정신 vs 육체(대표적으로 작중에서의 '뼈')
 미성숙한 어린 소녀(여주인공) vs 성숙한 남성(남주인공)
 인류 vs 로봇 AI
 여주인공의 최첨단 전투복 vs 남주인공의 통기타 등.
 참고: 'vs' 는 상징에서의 대립이지, 내용상으로서의 대립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1-2. 지금보다 먼 미래시대를 배경으로 한 '낙원추방'의 세계관과 세세한 설정들은 짧은 러닝타임 탓에 자세하게 다뤄지지는 않았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꽤나 인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상상력의 산물들이다. 예를 들면, 앤젤라가 본래 속해 있던 전뇌 세계의 디바와 관리 체계, 앤젤라의 의복 디자인, 로봇 디자인(球형), 멸종 위기에 처한 지구인들의 생활 모습 등 카툰 렌더링의 영상미와 조화되어 신선한 느낌의 상상력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1-3. '낙원추방'은 전형적인 성장 스토리, 그 중에서도 새로운 환경 속에서의 '조언자'를 통한 전형적인 성장 스토리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전형적'이라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가 결코 아니다. '전형'은 곧 가장 대중적이면서 또 가장 직접적으로 의도를 드러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고, '낙원추방'은 이러한 '전형성'을 잘 활용하여 내용과 메시지 전달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대중적인 반응도 쉽게 이끌어 낼 수 있다. 그야말로 '전형'의 모범을 잘 보여준다. 참고로 본래 디바의 세계에서 '성숙'했던 아바타를 가졌던 앤젤라가 16세의 미성숙한 마테리얼 바디를 고른 것은 매니아들을 위한 여러가지 목적이 집약된 부분이기도 하지만(웃음) 역시 '성장 스토리'인만큼 '내적인 미성숙'과 아직 깨닫지 못한, 하지만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상징성을 위한 부분으로 보면 된다.
 : 남주인공(조언자)과의 대립 ->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 및 성장통(감기) -> 남주인공과의 화해 및 신뢰 관계 구축 -> 내면의 성숙 및 세계(환경) 모순의 깨달음 -> (성숙을 원치 않는) 외부의 압력에 의한 시련(낙원으로부터의 추방) -> 조언자 및 협력자의 도움으로 인한 시련 극복 -> 내적 성장에 의한 주체적인 선택(의 가능성) -> 엔딩

 1-4. '결국' 인간은 자신이 '속한' 환경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 존재하기 위해서는 시공간에 위치해있어야 하고 자원을 소모해야 하며 환경에 예속되어야 한다. 그것은 육체의 한계를 지니고 멸망을 향하는 지구에서의 후퇴한 문명생활이나,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 정신 세계를 누리지만 한정된 자원인 '메모리'에 예속되는 것이나 모두 본질은 같다. 둘의 본질이 결국 같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주체적인' 지금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으며, 그 선택으로 인해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가. 작품은 조심스럽게, 내용으로서나 타이틀(낙원추방)으로서나 여주인공의 '낙원추방'이 곧 새로운 희망과 전망의 발견, 그 씨앗이 됨을 시사하고 그 장소를 멸망에 가깝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지구'를 고르고 있다. (우주 여행을 거절하기 직전 앤젤라가 본 '녹색과 물의 지구의 환영'은 이에 대한 상징에 가깝다.)

 1-5. '인간성'의 부정과 긍정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다른 작품에서 보기 어려운 상당히 독특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먼저 공간으로서의 대립. 육체의 한계를 벗어난 '낙원'의 공간인 전뇌 세계인 '디바'는 '육체'라는 인간의 전유물을 탈피한 대신 '메모리'라는 기계의 한계를 고스란히 짊어져 버려 결국 '본질적인' 인간미-주체적인 삶-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지 못한다. 반면 '육체'의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뼈'로서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이란 존재의 주체성이 잘 드러난 지구인(?)인 남주인공을 통해서 '멸망'에 가까운 환경임에도 오히려 더욱 '인간미'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인간성의 부정과 긍정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자아를 가진 AI, '프론티어 세터'. 할리우드 영화에 의해 '자아'를 확립한, 혹은 발전된 AI는 대체로 인류와 대립하는 이야기를 선보이는데, 이 '낙원추방'은 독특하게도 '인간성'을 수용하고 긍정하며 누구보다도 '인간'의 측면에서 인류를 도우려 하는 AI의 이야기를 통해서 기존의 인간들을 향한 실망을 드러내면서도,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힘을 '긍정'하고 있다. 모자를 쓴 '그'를 향해 소녀의 조언자이자 세계-환경의 적나라한 반항아, 그리고 '인간미'가 잘 드러나는 남주인공은 말한다. 
 "별하늘을 향해 꿈을 꾼 당신이라면, 더 이상 로봇이 아닌 '인간'이잖나?
  우리들이 잃어버리고 잊어온 것을 어떤 누구보다도 강하게 계승해온 건 당신이다.
  언젠가 여행지에서 만난 녀석에게, 당당하게 밝혀 주라고.
  '지구 인류의 후예' 라고 말이야."



 2. 매니아층뿐만 아니라 모든 애니메 팬들을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
 - SF 로봇물이지만 극장판 카툰 렌더링 애니메의 신선함, 다시금 로리로 귀환한 쿠기미야 리에, 금발 로리 소녀, Nitro+의 우로부치 겐, 미래시대 등 다양하고 폭넓은 일반 애니메층과 특정 매니아층 소비자들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소재와 개성을 지닌 이 작품은 많은 것이 담겨 때문에 번잡하고 각각 따로 노는 어색함이 느껴지기보다는 모두가 하나 되어 맛있는 샐러드를 완성시켰다는 인상.
 - 우로부치 겐의 때때로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스토리 라인이 필자의 취향에 맞지는 않아서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이 작품은 우로부치 겐의 그러한 성향이 거의 배제되고 전달하고자 하는 알맹이만 잘 남아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우로부치 겐'이라서 보기 꺼려한다면 이 작품에만은 과감히 그 편견을 버려도 좋다.


 3. 카툰 렌더링을 통해 '모에' 요소를 유지하면서 영상미를 발휘
 - 월트 디즈니나 Pixar의 세련된 3D 애니메이션과 비교해서 카툰 렌더링 3D 영상은 자칫 어색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데 만약 스퀘어 에닉스에서 만든 과거 실사에 가까웠던 3D 애니메이션이었던 '파이널판타지 7 어드벤트 칠드런'처럼 '낙원추방'이 카툰 렌더링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작품 고유의 개성이 떨어졌을 수 있다. 특히 모든 것을 둘째치더라도, 여러가지 '모에' 요소가 집약되어 있는 매력적인 히로인 캐릭터인 '앤젤라 발자크'의 매력이 제대로 살지 못했을 것이고 작품의 흥행에도 실패했을지 모른다. 역시 아직까지는 '모에' 요소는 2D 애니메이션에서 더 잘 호흡할 수 있는 것 같다.(웃음) 때문에 '낙원추방'은 '카툰 렌더링'을 사용하여 3D 영상의 신선함을 주면서 동시에 2D 매체가 갖는 '오타쿠' 요소를 놓치지 않고 챙기며 그야말로 2.5D의 효과를 극대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4.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BGM을 완벽하게 보완한 테마(엔딩)송
 - 개인적으로 느낀 부분이라 개인차가 크게 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필자에게는 심지어 홈 시어터로 이 작품을 시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인상에 남거나 기억할 수 있는 배경음악이 없었다. 마지막 엔딩 테마 송인 'EONIAN'의 선율과 가사가 아니었다면 크게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노래에 푹 빠져 엔딩 크래딧을 정말 넋놓고 보고 있었는데 센스있게 숨겨진 장면들도 보이더라. 그리고 마지막 '프론티어 세터'의 "It's so far away"의 한 마디가 뭐랄까, 크게 와닿았다.


 5. 성숙했던 섹스 어필 (웃음)
 - 4번과 마찬가지로 필자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었던 부분인데, 이 작품은 정말 인물들의 대사가 잘 정제되어 있고 정말 깔끔해서 불필요한 3류 섹스 어필의 대사가 전혀 없다. 미성숙한 16세이면서 섹시함이 넘치는 몸매를 가진 '앤젤라'를 향하는 '딩고'의 시선은 정말 쿨하다. (웃음) 품위 있게 말하면 허접한 3류 로맨스 없이 깔끔했다는 점이고, 속되게 이르면 3류 섹스 어필이 없었다는 점. 하지만 우리는 '카툰 렌더링'을 통해 표현되는 앤젤라의 끊임 없는 시각적인 섹스 어필 덕분에 앤젤라의 귀여운 몸짓과 행동 하나하나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웃음) 쿠기미야 리에의 오랜만에 듣는 어린 소녀의 연기와 전혀 어리지 않은 성숙한 몸매(?)와의 갭이 또 매력 포인트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을 듯.


 6. 현상과 전망의 비교 - <낙원추방 vs 인터스텔라>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화제작, '인터스텔라(2014)'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이 작품의 지구 환경과 인터스텔라의 지구 환경이 어느 정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리고 각 영화가 '현상(지구 환경)'에 대해 취하고 있는 결말적인 틀(인터스텔라)와 기본적인 틀(낙원추방)이 똑같다는 것도. 다시 말해서 '지구'에서 희망을 찾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스텔라의 경우 인류의 전망을 '지구'가 아닌 '인터스텔라(항성 간)'에서 찾고 있으며, '낙원추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재해와 기후 환경의 변화로 황폐화된 지구를 버리고 '디바'를 만들어 이 곳에서 새로운 인류의 가능성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인터스텔라는 처음과 끝 모두 '지구'는 비관적 전망조차 존재하지 않는 '버릴 곳'으로 낙인 찍혀 버렸지만, '낙원 추방'은 그 전망을 저 멀리 '우주의 공간'과 남겨진 '지구' 모두에서 찾고자 한다. 온전한 '인간미'를 지닌 AI 가 향하는 우주 저 편 어딘가는 다분히 희망적인 이상론이 되는 것이고, 내적 성숙을 이루며 주체적인 선택에 의한 '인간'이기를 고른 '앤젤라'와 그녀를 따스하게 지켜봐주고 함께해주는 '딩고'가 있는 '지구'는 '우주의 공간'과는 정반대의, 지옥에 가까운 현실론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엔딩 크래딧에서 둘이 환하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통해서 비관적이나마 전망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면에서 '낙원추방'은 '인터스텔라'와는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어느 쪽이 더 나을까, 고민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겠으나 이건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겨두도록 하며...)

 하운나래.

[디스토피아에서, 동반자와 함께, 은하수 아래서, 기타와 함께. 남자의 낭만 그 자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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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바쁘면 바쁠 수록 '즐거움'을 향한 무의식적인 추구 때문인지는 몰라도, 하고 싶은 것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본래 나이가 들면 현실에 치여 지치고 힘든 나머지 취미에의 열정이 식기 마련인데, 저는 오히려 역행하는 것도 같습니다 -_-...소위 '덕질'의 전성기는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곰곰이 고민해보면 바로 '지금'이 전성기가 아닌가...(웃음) 

 P.S.2. 이 포스팅을 빌어 조심스럽게 최근 현황을 밝히자면, 에로게인 'PARA-SOL(root, 2010)'을 현재 재미있게 즐기고 있고, 포스팅으로는 이어서 적을 'BEST 에로게 파헤치기! WA2 캐릭터 및 그 외 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쪽에서는 조심스럽게 팬픽 & 오리지날 소설 창작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팬픽은 전에 잠깐 실수로 공개로 올린 적이 있어서 보신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AUGUST의 최신작인 '천의 인도, 도화염의 황희(2015 예정)' 의 주인공 x 히로인 중심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공개된 공식 설정만을 토대로 세계관이나 설정을 살짝 가공해서 재미삼아 써보고 있습니다. 10페이지 내외의 짧은 분량이라 AUGUST 신작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살짝 시간 죽이기겸 보셔도 좋지 않을까...싶네요. (재미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ㅜㅜ)

덧글

  • 2014/11/19 22: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1/19 23:0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두다다 2014/11/21 00:33 # 삭제 답글

    정말 훌륭한 리뷰글입니다!
  • 하운나래 2014/11/21 02:12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__)
  • 궁굼이 2014/11/21 19:13 # 답글

    그러고보면 디바고 프론티어 섹터고 모두 우주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는데,

    안젤라는 지구에서 찾으려고 한거 같아요.
  • 하운나래 2014/11/21 23:35 #

    네, 정확히 그 부분이 '낙원추방'이 다른 작품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 dfg 2014/11/22 03:50 # 삭제 답글

    전인류의 98프로를 순살할수 있지만 참아주는 세터 보살
  • 하운나래 2014/11/22 11:54 #

    인간미를 상징하는 것이 세터라니...참 아이러니했지요.
  • 오오 2014/11/22 22:42 # 삭제 답글

    재밌고 유익한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인터스텔라와의 대비가 또 와닿게 느껴지네요.
    우로부치 겐은 그의 여러 각본사이에 공통되는 취향의 주제 의식이나 플롯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 '낙원추방'은 tva 방영됐던 '취성의 가르간티아'라는 작품이나 '사이코패스'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을 느꼈네요. 특히나 취성의 가르간티아와는 문명이 번성한 쪽이 반대(가르간티아는 지구를 떠난 쪽이, 낙원추방은 아직 지구에 남아있는 쪽이)라는 점에서 발단하는 설정이 대비되어 흥미롭습니다.
    아무튼 속편을 기대해보네요!
  • 하운나래 2014/11/22 23:44 #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취성의 가르간티아를 흥미롭게 봤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작품과도 그러한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겠군요! 우로부치 겐의 작품이라고 하기 어색할 정도로 저는 이 작품에서 굉장한 로망을 느꼈다고 할까요. (웃음) 이런 작풍이 꾸준히 이어지면 팬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gf 2014/11/23 10:47 # 삭제

    근데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디바를 지구에 남아잇는 종족으로 볼수 있을까요? 가르간티아 처럼 지금에 지구를 포기하고 떠난건데요 몸까지 포기하면서 그리고 다시 지구로 돌아올 의사따위도 않보이고요
  • ㅎㅇ 2014/11/23 10:59 # 삭제

    재가 봣을때 두작품다 선조가 남긴 똥치우기는 비슷한거 같고요 낙원추방은 세티가 도중에 한 한마디가 이작품에 중요포인트 같던데 "존재증명" 인간이란? 인공지능이지만 고여서 썩어버린 npc같은 디바넘들 보다 더 인간다운 세티를 통해 생각좀 해보자 식의 애니인듯?
  • tut 2014/11/23 00:16 # 삭제 답글

    취성의 가르간티아 저도 재밌게 봤지만 소중한 마누라 딸 버리고 꼴뚜기 되는장면에 맨붕..
  • 유독성푸딩 2014/11/23 16:50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테세우스의 배가 떠올랐네요. 전뇌계를 통해 데이터로 살아가는 인류가 과연 진정한 인류일까하고 고민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잊은 옛 지구의 유산을 기억하는 AI인 프론티어 세터가 보다 진정한 인류일까고 고민도 했고요. 그런데 딩고가 답을 말하더군요. 인류라는 의미 자체가 애매하다고. 그래서 주제가 가사의 끝없는 이야기의 계속이라는 부분이 그렇게 와닿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링크 데려가겠습니다. 좋은 글 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
  • 하운나래 2014/11/23 19:01 #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매우 의미 있고 흥미로운 지적이신 것 같군요. 말씀대로 딩고의, '인류의 정의는 애매하다, 시대에 따라 다르다'라고 하지요. '인류'라는 개념은 지금은 어느 정도 종속적이지만, 정말 '낙원추방'의 세대에 들어서게 되면 어떻게 바뀔지 고찰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낙원추방'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저야말로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Lost 2014/11/27 15:40 # 삭제 답글

    오늘 감상했는데 괜찮은 작품이네요. 3D 첨엔 그 일루젼사 작품들 생각나면서 좀 거슬리는 거 같더니 보다보니 어느정도 적응되는거 같고요. 뭐 언젠가는 좀 더 자연스러워질때가 오겠죠.

    인터스텔라는 한 번 보긴 했는데 100%이해는 잘 안되더라고요. 뭐 큰 줄기야 알겠는데 약간 왜 이러는건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고 한데 낙원추방은 그런건 없죠.

    개인적으론 로맨스는 조금 더 있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설정같은건 딱히 참신하지는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던 거 같고요.

    별로 지식은 없지만 어지간한 SF물은 찾아보는 편인 저한텐 명작은 못되도 수작은 될 거 같습니다.

    * 감상 후에 Pixiv에서 낙원추방 짤을 긁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는군요 ....
  • 하운나래 2014/11/28 02:03 #

    댓글 감사합니다!

    우리가 평소에 접하던 서양의 3D 기술과는 조금 달라서 처음 보시게 되면 아마 많이 어색하다고 느끼실 거에요.

    인터스텔라의 경우에는 SF과학이면서도 동시에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기 때문에 후반부 결말은 처음보면 선듯 이해하기 어려울 수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말씀하신대로 로맨스가 전혀 없지요. 그럴 조짐도 없고요. 때문인지 더 담백하고 주제 의식이 확고하게 잘 드러났습니다. 이런 설정이 아주 참신하지는 않지만, 주제 의식과 메시지 전달과 효과적으로 상호작용 한다는 면에서 '낙원추방'은 분명히 잘 만든 작품입니다.
  • good 2014/12/12 15:27 # 삭제 답글

    리뷰가 마음에드네요^^ 특히 인터스텔라랑 비교한점이 마음에 듭니다. ㅋ
  • 하운나래 2014/12/13 14:01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오히려 인터스텔라보다도 더 깊이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cuz별거없다 2015/01/05 21:46 # 삭제 답글

    저는 이 작품에서 마음에 들었달까 짠한 게

    인류가 버렸던 걸 인류가 버린 로봇이 자아를 계발해 계승하고 있었다... 라는 게 참... 말이 복잡하네요.
    뭔가 마마마부터 우로부치의 스타일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번 건 특히나 더... 싸이코패스와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봅니다.

    인류가 발전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 오히려 인류를 구속하는 디스토피아.
    특히 근미래라면 더 없이 좋은 소재인 것 같습니다. 작품 초반부터 뭔가의 반전이나 액션을 기대하고 봤습니다. '디스토피아를 갈아엎자! 혹은 갈아엎는 건 아니어도 사회의 진실을 보자!' 같은 거요.


    그런데 이 낙원추방은 제 기대만큼의 전개를 하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인류가 포기했던 걸 계승했다는 점에서요. 근미래를 표현하기에는 분량이 살짝 부족해서
    '디바' 라는 곳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자세한 설명은 보지 못했지만,

    그 사회를 집단적으로 평가했을 때
    그들이 버린 건 지구의 가능성 뿐만 아니라 인류의 가능성 또는 주체성까지 버렸다는 느낌...

    그걸 '인류가 버린' 감정도 없고 타 SF에선 적으로 묘사되는 로봇이 계승했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면서도 참 감동적이더군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디바' 는 디스토피아처럼 묘사되면서도 메모리가 돈과 비슷해 마치
    지금의 자본주의와 다를 게 없어보여 그걸 비판하자니 어쩔건가라는 느낌도 있었지만,

    확실히 그 주인공들이 인류를 긍정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간접적으로 디바를 부인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요...

    짧아서 상당히 바쁘게 진행된 거 같지만 그런만큼 빨려들어갔고 또 아쉬운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 하운나래 2015/01/07 12:35 #

    댓글 감사합니다.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분량 자체가 짧았음에도 여러가지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 되겠지요.
    저도 대부분의 SF에서 '적'으로 묘사되는 '로봇'이 가장 인간성을 갖춘 존재로 상징된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디스토피아로 묘사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너와 함께 지구 인류를 긍정하고 삶의 가능성을 포착하려는 것이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주인공이 잠시나마 환상으로 착각한 녹빛으로 가득한 그 지구를요. 설령 그렇게까지는 지구가 더 이상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그들이 그들 자신의 온전한 인간성을 긍정하고 인간미를 발휘할 수 있다면 그 어떤 환경이든, 시대이든 온전하게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디바에 관해서는 저도 작품 자체 이외에는 별다르게 아는 부분이 없어서 코멘트 하기가 쉽지는 않네요. <낙원추방>이라는 타이틀은 딱 여기까지가 완성적이고, 말씀하신대로 속편이든, 외전이든 나오게 된다면 역시 이 작품만큼의 다양성과 깊이를 담기는 어렵겠지요. 차라리 나온다면 리메이크를 통해서 2~3시간 분량으로 '감독판' 형식으로 나오는 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 cuz별거없다 2015/01/05 21:54 # 삭제 답글

    근데 '디바' 라는 건 자세히 설명이 안 나와서... 어떻게 보면 통속의 뇌 같은 건가요?

    특히 자원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하는 부분에서 상당히 의미심장합니다만

    이게 한 편 더 나오면 배릴 것 같고... 소설 같은 걸로 속작에서 더 자세히 나왔으면 좋겠네요.
  • 좋아하려고 노력한 2015/05/30 22:31 # 삭제 답글

    리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중 '인터스텔라'와 비교하는 부분이 독특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하운나래님이 저와 정확하게 대조되는 관점에서 '낙원추방'을 평가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하운나래님이 꼽은 이 작품의 장점 하나하나가 저한테는 결함처럼 느껴졌거든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견해이고 하운나래님의 평가를 지적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분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언제나 흥미로워서 이렇게 올려봅니다.

    저는 처음에 '낙원추방'의 티저 영상이 나왔을 때부터 영화를 기다리던 팬이었습니다. 풀3D 애니메이션, 우로부치 겐 각본, 개성적인 로봇 디자인 등등 기대를 부풀리는 요소들이 그 짧은 영상에 모두 담겨있었거든요. 폐허가 된 도시를 누비며 포화를 뿜어대는 거대 메카닉? 와우. 전 바로 삘이 꽂혔고 '낙원추방'이 쿨한 액션 영화가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좀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낙원추방'이 영화관에 걸리지도 못하고 구글 플레이로 직행했을 때도 기대는 꺼지지 않아서 저는 바로 지갑을 열었죠. 그리고 음... 엥? 이게 다야?

    '낙원추방'은 제가 근래 본 것 중 가장 괴상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낙원추방'은 강렬한 액션씬과 함께 뭔가 굉장한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도입부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의외로 그 '사건'이 별 긴장감 없이 느릿느릿, 스무스하게 풀려나가면서 런닝타임의 80%가 흘러갑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마지막 20분동안 정신없는 폭발씬의 향연이 펼쳐지더니... 기계가 노래를 부르면서 크레딧이 올라갑니다. 엥? 크레딧이 다 올라가면 뜬금없이 후속작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오고 마침내 영화는 끝이 납니다. 뭐??

    하운나래님이 '낙원추방'을 '인터스텔라'에 비교하셨듯이 저도 이 영화가 스토리 부문에서는 확실히 '인터스텔라'와 접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스텔라는 분명 영화의 규모, 연출, 미술 디자인 측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작'임에 틀림없지만 서사구조는 결국 "미국 백인 남성이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가서 결국 인류를 구한다"라는 '공식'을 따라갑니다.(마이클 베이(!)조차도 이미 98년에 '아마겟돈'에서 비슷한 시나리오를 보여줬었죠) 마찬가지로 '낙원추방'도 '기계와 인간의 교감'이라는, 이미 수많은 SF소설과 할리우드 영화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이 골수까지 빨아먹은 모티브를 차용했습니다. 거기에 처음 80분 동안은 기계가 무엇이고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장황한 철학을 설파하는 이른바, '오시이 마모루+우로부치'식 스토리텔링의 극치를 보여주다가 마지막 20분은 '마이클 베이'식 폭발로 매듭을 지어버립니다. 그리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제 자신에게 되묻게 됩니다. 내가 대체 누구 영활 본거야?

    좋아요. 이야기가 뻔하더라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으면 전형적인 스토리따윈 잊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세상에. 크리스토퍼 놀란과 우로부치 겐 각본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고질적인 약점이 바로 캐릭터입니다. 두쪽 다 등장인물들이 "인물" 같지가 않아요. 작중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이 마치 플롯을 작동시키기 위한 기계처럼 움직입니다. 매튜 맥커너헤이가 우주로 가는 건 "식스센스"급 반전결말을 보여주기 위해서고 앤젤라도 결국 '가상세계가 꼭 좋은 건 아니다'라는 뻔하디 뻔한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메신저일 뿐입니다. 캐릭터들은 서로 대사를 할지언정 교감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인생철학을 늘어놓지만 절대 행동으로 보여주진 않아요. 캐릭터가 플롯이라는 톱니바퀴의 이빨에 불과하다면 감정을 어디에 이입해야할까요.

    하운나래님은 '낙원추방'을 '인터스텔라'에 비교하셨지만 저는 이 작품을 보고 '매트릭스'를 떠올렸습니다. 앤젤라가 떠난, 여러모로 완벽해보이는 가상세계, 그와는 대조적인 황폐한 지구의 현실세계가 '매트릭스'의 모티브와 겹치는 부분이 많거든요. 심지어 본작에서도 '매트릭스'를 오마주한 장면이 나옵니다(앤젤라가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러 들어온 건물 내부는 네오가 모피어스를 처음 찾아 들어왔던 건물 내부와 닮았습니다). 오늘날 20세기의 걸작으로 여겨지는 '매트릭스'지만 사실 매트릭스도 스토리면에선 전형적이고 새로울 게 없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보잘 것 없었던 주인공이 조력자로부터 힘을 전수받아 악당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한다는 이야기는 신화시대 이래로 질리게 들어온 이야기였죠. 하지만 워쇼스키형제는 그 뻔한 서사구조를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소재(디지털 시대의 감성과 동서양의 철학적 은유, 홍콩 느와르 영화의 의상, 소품)로 완성시켰고 그 위에 '스미스 요원'이라는 독특한 악역을 얹어 영화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하지만 '낙원추방'은 그렇지 못했죠. 이미 기존 영화에서 토대를 빌려온 걸로 모자라서 우로부치가 이미 다른 작품에서 시도했던 전개가 런닝타임 내내 되풀이됐습니다. 그 시점에서 이미 '낙원추방'은 '매트릭스'와 반대방향으로 나갔다고 생각합니다.

    '낙원추방'은 분명 잠재력이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풀3D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빠른 속도감의 액션씬, 개성 있는 로봇 디자인, 나레이션의 홍수 속에서도 뭔가를 끌어내려고 노력한 베테랑 성우들. 그래서 저는 실망스럽던 첫 감상 이후에도 어떻게든 이 영화를 좋아해보려고 몇번을 다시 봤습니다만... 매번 저 포스터의 별처럼 반짝였던 가능성이 엔딩크레딧과 함께 빠르게 사그러지는 걸 보고 안타깝더군요ㅡㅜ
  • 하운나래 2015/05/31 04:18 #

    양질의 댓글 감사합니다.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방영한 지 꽤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작품에 대한 열정(?)을 갖고 계셔서, 충분히 얘기할 거리가 있는 작품에 대한 같은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도 내심 기쁩니다.

    댓글을 달아주신 님처럼, 어느 정도 '보는' 눈이 있으신 분들에겐 작품에서 보여준 객관적인 판단 재료는 모두 파악하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새삼스레 되풀이 할 생각은 없다고 보고, 결론 (제 생각)만 짚어보고자 합니다.

    지적하신 것처럼,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뚜렷한' 한계는 기대와는 다른 플롯의 전개와 외견 이외에 캐릭터의 개성이 크게 살아나지 못한 점(앤젤라), 그리고 만화 영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인물들의 정해진 '대사'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부분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것들은 작가의 개성(장점or단점)으로 파악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콘텐츠 규모와 제작 상의 한계를 전제한 상태에서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저로서는 그런 '한계'를 지적하기는 하나 그러한 한계 속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 더 많다고 판단했기에 저는 작가가 드러내고자 한 '알맹이'에 감동을 받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겠지요.

    이 작품은 매트릭스와 같이 3부작으로 기획된 '대규모'의 본격적인 작품과 비교해서는 세부적인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그것은 인터스텔라도 마찬가지겠지요. 다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외관'보다는 영화가 말하고자, 전달하고자, 드러내고자 하는 '알맹이'만을 비교했을 때엔 결코 이 '낙원추방'이라는 작품은 그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다른 서양의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면이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댓글에 적어주신대로, 이 작품은 '인간과 기계의 교감'이나 '가상 세계의 부정성'을 표면화하긴 합니다만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진정한 알맹이는 바로 '인간미의 성취'에 있습니다. 시대, 환경마다 달라지는 '인간'이라는 의미를 작품은 통찰하면서 되려 '기계'에게서 가장 '인간미'를 느끼게끔 만드는 역설적 구조는 숱한 헐리우드의 대중 문화가 시도하는 가상=로봇=악 이라는 케케묵은 도식을 파괴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주제적 의의가 확보되는 한 편, '긍정성'의 공간을 황폐화된 지구뿐만 아니라 프론티어 세터가 향하는 '우주 공간'에도 맡기고 있기에, 비슷한 결말 구조와 메시지를 강조하는 '인터스텔라'가 '항성 간'에서만 희망과 긍정의 공간을 상정하는 것보다 한 단계 더 깊이 있다고 저로서는 받아들였습니다.

    아무래도 짧은 러닝 타임의 영화이고, 단편이면서 작가 개성이 강하게 드러난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영화'로서의 완성도나 전반적이 작품성은 확실히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댓글을 달아주신 님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바입니다. 특히나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고, 대체로 '오타쿠'들을 위한 콘텐츠 장르이기도 해서 말씀하신대로 좋은 작품이 갖는 심리적, 정서적 공감의 여지가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오타쿠 컬쳐가 갖는 공통된 한계이기도 해서, 이 부분은 피할 수 없는 비판점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타쿠 컬쳐는 아무래도 '모에' 요소로 캐릭터에게 공감하게끔 만들기 때문이지요. 앤젤라도 그런 측면에서 파악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말씀하신 공감의 여지도 작품 내에서 충분히 확보한다면 두 말 할 것 없이 훌륭할 겁니다.
    (살짝 다른 얘기입니다만, 인터스텔라가 서양보다는 동양에서 흥행할 수 있던 것은 서양보다는 동양이 '가족의식'이 더 진하기 때문에 플롯 구조보다는 추상적인 '가족애'를 표면화하며 '감정에의 호소'를 하는 인터스텔라의 정서적 공감 수법은 아무래도 동양에서 성공할 수밖에는 없겠죠. 저도 그 수법에 제대로 당한 동양인이기 인터스텔라를 감동적으로 볼 수밖엔 없었기도 했고요.)

    말이 길어졌습니다만 어쨌든 제가 만약 이 작품을 '영화'로서의 완성도 측면에서 보았다면 저도 혹평을 마다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만, 저는 똑같은 현상을 그런 '알맹이'에 집중했다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말씀대로 분명히 잠재력이 있는 영화기 때문에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추후에 속편 혹은 리메이크가 나온다면 영화적인 완성도를 확보하여 더 좋은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들러주신 덕분에 저도 무척 흥미롭고 좋은 생각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 좋아하려고 노력한 2015/05/31 11:03 # 삭제 답글

    답글 감사합니다. 제가 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많이 짚어주셨네요. 생각이 다른 분과 이야기하는 묘미가 바로 이런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낙원추방'이 '매트릭스'와 같이 할리우드 대형 자본의 빵빵한 지원을 받은 작품은 아니라는 점, 이 영화의 타켓이 일반 대중이 아니라 일본 서브컬처를 즐기는 '오타쿠' 관객들이란 점은 제가 간과했던 부분이 아닌가 되돌아 보게 됐습니다.

    전반적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영화이지만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성우들의 연기력은 '매트릭스'보다 훌륭하다는 겁니다. 이 영화에서 쿠키미야 리에는 가상세계의 성숙한 앤젤라, 지상세계의 미성숙한 앤젤라를 넘나들면서 연기의 톤을 능숙하게 조절합니다. 심지어 잔잔한 씬에서 건네는 대사도, 긴박한 장면에서 지르는 비명도 상황과 완벽하게 어울려서 앤젤라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습니다. 그에 비해 키아누 리브스(네오)나 캐리 앤 모스(트리니티)가 보여줬던 원패턴 표정, 모노톤 연기는 정말...

    가상세계라는 소재가 전형적이긴 했지만 영화 내내 이 가상세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이것이 현실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앤젤라가 가상세계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낙원추방'은 사건이 대부분 황폐한 지상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곳과 완벽하게 대비되는 '낙원'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서 그랬을지도요. 그렇기에 작중 '낙원'묘사가 대부분 눈에 보이는 장면 대신 장황한 대사 수십줄로 처리됐을 땐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처음에 저는 '낙원추방' 티저를 보고 '매드맥스'모양 런닝타임 내내 지루할 틈 없는 한편의 액션 영화를 기대했지만 '낙원추방'은 사실 인간과 기계의 성장을 다루는 SF드라마였습니다. 처음엔 그점때문에 크게 아쉬웠지만 하운나래님이 지적하신 일본 애니메이션의 '제약'을 생각해보면 수긍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토에이가 무슨 워너 브라더스도 아니고 극장판 애니 한편에 1600억원을 쓸 여유가 어디 있을까요;;(그러고보니 마마마 극장판의 배급사도 워너 브라더스였죠?)

    정리하자면 성우의 연기, 영화의 배경, SF드라마라는 장르 자체는 제가 이 영화 시리즈에 아직은 기대를 걸게 만드는 '알갱이'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후속작이 나오면 보러 갈 생각입니다. 영화관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말이죠. 하아.

    PS. 아, 하운나래님의 본업(?)인 에로게 리뷰도 재밌게 읽고 있어요! 저는 요즘 '아마카노'를 하고 있는데 리뷰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 하운나래 2015/05/31 20:06 #

    제 장황한 댓글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저도 댓글 덕분에 많이 배우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에로게 리뷰도 읽어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이네요. 다만 아쉽게도 저도 취미 일환이다보니 모든 게임을 다 플레이하고 리뷰를 달 수 없다는 데에 종종 안타까움을 느끼곤 해요 ㅜ 많은 좋은 작품을 놓치는 건 또 사실이니까요. 아마카노도 타이틀은 알고 있습니다. 부디 재미있게 하시면 감상의 한 줄이라도 나중에 제가 들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tuie 2015/09/02 10:07 # 삭제 답글

    시간이 좀 지났지만 최근 이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리뷰글 잘 봤습니다. 중요 포인트만 찝어서 깔끔하게 정리하셨네요.

    쉬운 주제는 아니었지만 너무 겉멋들이지 않고 작품내에서 심플하게 잘 보여준 느낌이더군요.
    현시창도 인간의 일부로 사랑하는 우로부치스러움이 뭍어나와서 좋고... 엔딩은 여운이 많아 남았어요.

    왠지 예전 니트로플러스작 Hello, world가 생각나게 하는 내용이 군데군데 있었네요. 비교하기에는 완성도 차이가 많이 나지만...

    에로게 리뷰도 하시는것 같으니 가끔 들리겠습니다~
  • 하운나래 2015/09/04 19:02 #

    답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도 쉬운 주제는 아니라 과연 짧은 러닝 타임에 잘 담아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영화 자체로서는 조금 부족했지만, 혹자들에겐 그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에로게 리뷰는 자주는 아닙니다만 인상적인 작품이 있을 때마다 종종 하고 있습니다. 들러주시면야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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